3D프린팅 신소재의 진화, 제조업의 판을 바꾸다
3D프린팅 신소재의 진화, 제조업의 판을 바꾸다
  • 정시준 기자
  • 승인 2022.01.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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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Graphy) 심운섭 대표
㈜그래피(Graphy) 심운섭 대표

현대사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부신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한 시대에 뒤쳐지거나 정체되지 않기 위해선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해야만 하며, 이 같은 ‘혁신’의 중요성은 달리 말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그 혁신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우리는 이미 그간의 역사 속에서 혁신적인 시도가 단순히 ‘도전’에만 그친 채 사그라지거나, 우리 삶에 그다지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사장되어 버리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해왔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혁신’을 동력으로 삼아 이 사회를 움직이는 것, 그간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인식이나 생각을 뒤바꿈으로써 인류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라 부른다. 이번호 <월간 인터뷰>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3D프린팅 시장에서 놀라운 기술력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기업, ‘그래피(Graphy)’가 이끌어 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26년의 노하우, 3D프린터용 광경화수지 신소재 개발 성공
‘3D프린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 중 하나다. 글로벌 3D프린팅 시장의 규모는 약 126억 달러, 원화로 15조 원에 달하며, 전문가들은 오는 2026년에는 3D프린팅 시장이 약 348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처럼 3D프린팅 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전망한 배경에는 4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맞춤형으로 개발하기에 용이하다는 것, 둘째로 사전에 금형을 만들지 않아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 셋째로 전 세계적으로 대단위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 마지막 네 번째로 다양한 소재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 ‘3D프린팅 소재’의 개발은 그 효과가 산업계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기 쉽다는 점에서 더욱 주효하다. 프린터 장비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따르지만, 소재의 물성을 다양화하거나 강화하는 방식을 통한다면 그 활용성의 폭은 무한대로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D프린팅 소재 전문기업 ‘그래피(Graphy)’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소재’가 가진 잠재력이었다. 어떠한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소재의 물성을 어떻게 활용하고 강화하느냐에 따라 ‘3D프린팅’ 기술이 가진 가치 또한 크게 달라지리라 판단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들은 세계 3D프린터 소재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광경화성 수지’에 포커스를 맞췄다. ‘광경화성 수지’란 빛을 가하면 액체가 고체로 바뀌는 소재로서, 국내에서는 ABS 수지와 PLA 수지 활용에 역량이 한정되었던 탓에 그 발전도가 다소 뒤쳐져있던 부문이었다. 
이에 그래피의 심운섭 대표는 3D프린터 시장에서 쌓아온 26년여의 경험과 노하우를 신소재 개발에 집결, 3년여의 연구 끝에 200℃ 이상의 고내열성과 고내마모성, 고강도, 고경도 특성을 가진 광경화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그래피의 광경화 신소재는 3D프린팅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필라멘트 소재인 ABS보다 2~3배 높은 강도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프린팅 시 레이어가 강하게 접착되어 뛰어난 내충격성도 가지고 있다. 또한, 제작된 제품이 용도를 다했을 때 소각해도 냄새나 유독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그래피에서는 해당 소재의 세포독성시험, 급성전신독성시험, 구강점막자극시험, 피부감작성시험, 유전독성시험 등의 생물학적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며 의료기기로서의 활용성도 확보했다. 

뛰어난 강도와 내구성으로 덴탈 업계 이목 집중, 2022년 본격적인 성장세 전망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래피는 약 2년여 전부터 글로벌 시장, 특히 덴탈 시장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그간 치아교정 재료의 한계로 지적되어 온 오랜 제작 시간과 비싼 가격, 두께 조절이 어려울 뿐 아니라 치아 굴곡에 따른 압력 강도의 배분도 힘들다는 점을 신소재가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래피는 소재합성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가 가능한 3D프린팅용 광경화수지 ‘TC-80DC(Permanent C&B)’를 선보였는데, 이는 치과 보철물을 제작하기 위해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강도는 슈퍼 엔지니어링급으로 개발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래피는 3D프린터로 직접 투명교정장치를 만들 수 있는 신소재인 ‘TC-84DAC(Direct Aligner)’를 세계 최초로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소재는 기존 강화플라스틱 필름보다 강도와 탄성이 높으면서 힘이 필요한 부분에 따라 두께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 치아에 꼭 맞는 투명교정장치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오랜 기간 착용 시 변색되지 않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살균은 물론 메모리쉐이프 기능으로 형상 복원도 된다. 기존 1~2주의 제작기간이 걸리던 것도 1시간 내외로 단축할 수 있으며, 필름 및 후가공이 필요 없어 원가와 공정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3D프린팅 소재 부문의 기술력을 가히 독보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린 그래피는 벤처캐피탈 및 총판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 협력 속에 그간

유럽 각국에서 빠른 속도로 인지도를 높여왔다. 이미 세계적으로 저명한 여러 치과의사들이 꾸준히 제품 제작을 요청해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며, 지난해 11월에는 독일에서 열린 3D프린팅 국제전시회 ‘Formnext 2021’에 참가, 뜨거운 호응과 관심 속에 여러 유명 글로벌 기업으로부터의 협력 요청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치과 분야 세계 1위의 유통기업이자 주로 자체 생산을 통해 제품을 공급해오던 기업 ‘헨리샤인(Henry Schein, Inc.)’과의 계약 체결은 국내 기업 중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끄는 쾌거라 할 수 있다. 또한, 지난 12월 7일에는 국내 3D프린팅 제품 중 최초, 치과분야 디지털 기술 중 최초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치과교정용 3D프린팅 레진’의 NEP 인증을 획득했으며, 우수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시설도 구축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2등급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운섭 대표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지난 2년여 간 어떠한 국제 전시회에도 참가할 수 없어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일부 판매만 이뤄졌을 뿐 큰 규모의 공식 무대에 데뷔할 기회는 얻지 못했던 겁니다. 그랬던 것이 이번 전시회 참가를 통해 드디어 제대로 된 첫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그간 생산설비를 정비하거나, 품질검사 및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각종 인증과 특허를 취득하는 등 언제든 시장이 열리기만 하면 힘껏 달려 나갈 준비를 해왔고, 그렇게 노력했던 만큼 시장의 뜨거운 반응과 만족할 만한 성과도 거둘 수 있었습니다. 2022년에는 더욱 큰 규모의 계약과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를 토대로 더욱 본격적인 성장이 이뤄질 한 해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K-Technology, 업계 1위 기업을 목표로
그래피는 덴탈 산업 외에도 바이오 메디컬 소재, 자동차 부품 소재 등에서의 사업 확대도 구상하고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2022년 상반기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한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심운섭 대표는 “저희가 한국에서의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목표’로서의 의미보다는, 하나의 ‘과정’으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그간 저희를 믿고 신뢰해 준 고객사들과, 저희 기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온 잠재고객들에게 회사의 탄탄한 신뢰성을 증명하기 위한 장치이자, 단계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저희 스스로가 그래피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아닌, 뚜렷한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드릴 수 있는 약속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심 대표는 “저희가 2022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입니다. 미국 교정 부문 최대의 메이저 전시회인 ‘AAO 2022’에서 저희 ‘다이렉트 얼라이너’의 주제 발표가 예정되어 있으며, 그 시점에 맞춰 미국 법인 설립과 이를 통한 본격적인 사업 전개를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추후 글로벌 덴탈 시장 1위 기업, 그리고 美 나스닥(NASDAQ) 상장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며, “과거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술’을 보는 시각은 첨단보다는 가성비 쪽을 향해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문화와 예술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처럼, 한국의 ‘기술’ 또한 그 대우가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가진 덴탈 소재 기술은 해당 분야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지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그 외에의 분야에서도 ‘그래피’는 최초와 최고, 유일의 타이틀을 다수 확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재개될 앞으로의 글로벌 시장에서 저희 그래피의 기술이 한국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거나 만족하기보다는, 내일의 도전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제조의 방향성을 뒤바꿀 기술, 3D프린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기술을 향한 그래피의 도전과 혁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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