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며 완성되는 마음정화의 종합예술 차(茶), 한국형 티하우스의 산실
마시며 완성되는 마음정화의 종합예술 차(茶), 한국형 티하우스의 산실
  • 월간 인터뷰(INTERVIEW)
  • 승인 2021.11.1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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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에서 명상까지, 기존의 경직성을 대신해 싱그러운 차 문화 시작하다”
동명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정명 교수/한국문화르네상스 대표
동명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정명 교수/한국문화르네상스 대표

차는 기다림의 미학이라, 20분 이내로는 차의 진가를 음미했다고 할 수 없다. 5분이면 후루룩 마셔버리는 미국, 이탈리아의 커피타임과 달리, 첨잔을 하며 30분을 즐기는 러시아, 영국이나 식사를 차와 곁들이는 휘카 문화가 있는 핀란드의 티타임을 보라. 같은 맥락에서 차 종주국 중국과 다도를 발전시킨 일본의 경우와 달리, 숭늉 입가심문화가 있어 일찍부터 커피가 득세하던 한국의 차 문화는 한동안 전문가들의 서재와 사대부의 정원, 고승들의 암자에서 격식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도 원광대, 동아대, 동국대 등 대학에서 차를 전공하는 학과가 생기면서 지식을 전수하여 학문적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숨겨진 공간을 넘어와 차츰 대중적인 마니아들을 확보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2017년 동명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의 초빙교수로 부임한 한국문화르네상스 대표 정명 교수는, 이러한 융합적 차 문화를 널리 알리며 명상문화, 취미, 창업에 이르기까지, 전보다 젊고 싱그러운 한국의 차 문화 저변확대를 위해 지난 20년 간 현장을 지켜온 인물이다.

차 문화, 티 소믈리에들의 활약 속에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다

한국의 3대 차산지는 하동, 보성, 제주이다. 그리고 허황옥 공주의 결혼예물로서 한반도 최초의 차이자 남방계 대엽류차를 알린 봉차(封茶)를 복원해 장군차를 만든 김해도 떠오르는 신진세력이다. 한때는 사장될 위기에 처했었던 한국의 차 문화는, 명품차를 소비하는 불교와 동양학 분야의 관련학과에서 문화교양강좌를 이수한 이들이 점점 늘면서, 차 자체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이 학술과 창업 분야로 차 문화를 확장해 나가며 새로운 생존 길을 찾아냈다. 이렇게 차 문화를 확대해 나간 차 전문가 중 한 사람인 동명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정명 교수는, 20여 년 간 차 문화를 강의하며 수많은 차 관련 학술대회와 학회 논문을 발표하고 10여 년 전부터 대학 강단에 올라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특히 원광디지털대학교에서의 차 학과 개설은 그동안 많은 차인들이 단순히 차를 우려서 마시는 행다위주의 차 생활에서 체계적인 이론과 지적 소양을 갖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정 교수는, 한국문화학과 예다학전공 문학박사를 취득하고 티소믈리에와 강사로도 활동한다. 

취미가 아닌 학문으로 차의 지식전수자를 자청하는 정 교수는, “요즘 커피 바리스타처럼 차 분야에도 블렌딩으로 개성을 만들어 내는 티 마스터, 티 소믈리에가 늘고 있으며 이들의 열정적인 티하우스 창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한다. 또한 정 교수는 최근의 차 문화 성장을 “흔히 국민소득 1만 불일 때는 커피가, 1만 5천 불일 때는 와인이, 2만 불에 달하면 차 문화가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생활수준이 오르면서 정신적인 문화와 가치를 갈망하는 이들이, 마시는 행위로부터 삶의 질과 문화생활을 연관시키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차 문화는 경직된 자세로 마시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차를 고르고 상대에게 적합한 차를 권하며 다기와 인테리어, 꽃과 좋은 물이 어우러져 향기롭게 피어나는 운치를 즐기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을 요즘 많은 이들이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차의 전통과 지식, 국내 명차들을 기반으로 한국식 차 문화 만들기

문화재청 차 제다 중요무형문화재 선정조사연구원, 명차를 선정해 시상하는 하동차문화축제 올해의 명차 선발대회 심사위원, 대한민국티엑스포 추진위원을 비롯해, 국제 티클럽 티마스터 자격시험 심사위원을 역임한 정 교수는 차와 문학, 예술을 접목하며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단체와 기관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이를 위해 국내에는 각 국가별 차의 특성과 지식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티 소믈리에가 있고, 이를 세분화해 티 마스터와 각종 차를 이용한 자격증도 있다는 정 교수는 전문성 면에서 국내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로 불린다. 정 교수는 모든 우롱차들의 아버지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차명산지 푸젠성 우이산 암차, 제갈량의 축원으로 번성했다는 전설의 남나산 보이차 등 중국 명차들을 분석하고, 차 고수들의 영역인 푸젠 공부차(工夫茶)등을 연구해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해 왔다. 

그는 “공부차의 차를 우리는 방식과 전용다구 규정이 엄격해 보통 사람들이 취미로 삼기는 쉽지 않지만, 19세기 이전까지 공부차의 대명사인 청차와 요즘의 대세인 보이차, 흑차, 서양의 형태와 다른 발효차인 공부홍차 등 차의 삼강오륜이자 천자문과도 같은 차들이 많다. 그런 차의 역사를 알게 되면 이들의 정통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다”고 전한다. 튜닝의 기반은 무엇보다 순정이라는 말이 있듯, 변형에 앞서 올바른 기준을 확립하는 정 교수는 오인자품평법에 따라 말린 차잎의 외형, 우러나는 차물색과 향기, 맛, 그리고 마시고 남은 엽저의 섬유질 형태까지, 중국과 인도, 스리랑카처럼 한국에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명차의 확고한 기준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이들 중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차의 조건에 맞는 품평법을 체계화시키고 메뉴얼화 된 제다법을 바탕으로 한국 명차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또한 오늘날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블랜등 차의 개발은 어린이와 청소년,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체질이나 연령, 기호에 맞게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고 대중적인 차 문화로 연결해 갈 수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예술 한 모금에 힐링 두 모금, 명상과 차가 결합된 우리문화 알리기

“차에 대한 어려운 지식정립은 학자들이 맡고 있으니, 차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흥미와 재미가 우선”이라는 정 교수는 예쁜 티테이블과 티푸드 문화로 홍차가 인기 있듯 차도 템플스테이, 마음정화 코스와 어린이 인성교육용 등으로 활용해 취미로 연결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한다. 한국심신치유학회 이사이자 한국차명상낭송문학치료클럽 명예회장인 그는, 미국에서 경제난 이후로 차와 명상을 접목한 힐링문화가 유행하는 것에도 주목한다. 또 스님처럼 가부좌를 틀지 않아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요가와 명상, 그리고 차 한 잔으로 몸과 마음에 온기를 더하는 그들처럼, “자연과 존재가치에 감사하고 한 잔의 차가 당도하기까지 수많은 이들이 들인 노고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느림의 미학을 깨닫게 하는 프로그램도 이상적”이라고 예상한다. 한편, 차와 시, 그림, 꽃꽂이 같은 예술을 접목하고, “온갖 스트레스와 알코올, 약물중독의 위험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순화시키는 차의 향기는 무엇보다 매력적일 것”이라는 정 교수는 자신의 특기인 차와 명상의 접목으로 우리 사회에 봉사하고 차를 통해 우리 문화를 접목해 알리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미 한국의 것에 대해 세계의 반응은 뜨겁다. BTS의 노랫말을 잘 알아듣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전 세계 한글교육기관의 외국 수강생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넷플리스 히트작의 영향으로 무궁화꽃 술래잡기 놀이규칙과 달고나 뽑기 제조법이 우리말 그대로 유튜브를 휩쓰는 중이다. 이에 고무된 정 교수도, 요즘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우리문화를 세련되게 접목한 한국의 차 문화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한다. “오래 전 허황옥 공주가 가야 왕실에 대접한 차 한 잔의 문화가, 이제는 한국화 되어 다시 세계를 향하길 바란다”는 정 교수의 바람대로, 언젠가는 한국적인 차의 온기가 종주국들의 차 문화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세계인들의 힐링이라는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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