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매료되는 단아한 아름다움, ‘한복’의 전통미를 세계에 알리다
볼수록 매료되는 단아한 아름다움, ‘한복’의 전통미를 세계에 알리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1.11.19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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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우리옷 김인숙 대표
하늘빛우리옷 김인숙 대표

은은하면서도 다채로운 색감,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지는 우아한 맵시. 수천 년을 이어온 한민족의 옷인 ‘한복’의 매력은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오랜 세월을 거쳐 다양한 변주와 변혁이 이뤄졌음에도 그 기본 구조의 ‘전통’만큼은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은, 전통한복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우리가 잘 모르는 곳에서 피땀흘려 노력해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번호 <월간 인터뷰>에서 만나보고자 하는 이는 무려 34년의 세월동안 한복 디자이너 외길을 걸으며 우리 한복이 갖고 있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로 잇고자 노력하고 있는 인물, ‘하늘빛 우리옷’의 김인숙 대표다.

변화란 계승의 또 다른 이름, 전통한복의 아름다움을 현대에 전하다

‘전통을 잇는다’는 것은 곧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다는 것과 같다. ‘지키다’라는 말이 전통의 형태와 형식을 고스란히 ‘보존’한다는 의미라면, ‘잇다’는 전통이 그 고유한 맥을 유지한 채로 현대인들의 삶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새로운 빛을 발하게 만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들은 자칫 무관심이나 외면 속에 사라지거나 끊기기 쉬운 ‘전통’의 가치를 소중히 잇고 있는 이들에게 ‘명인(名人)’이라는 칭호를 부여하곤 한다.

지난 제6회 아시아문화예술대상에서 전통문화 공헌부문 ‘전통한복 명인’으로 선정된 ‘하늘빛 우리옷’의 김인숙 대표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김인숙 대표는 1987년 처음 한복 업계에 뛰어든 이래, 잊혀져가던 ‘전통한복’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되살리고자 노력해왔으며, 오늘날의 현대인들과 전 세계에 ‘전통한복’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는 데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특히, 김인숙 대표는 기존의 한복 시장이 단순한 가내수공업 수준의 개인영업과 하청을 통한 저가 한복의 대량생산이라는 형태로 나뉘어 점차 쇠락해가던 것을 타파하고자, 당시만 해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한복 디자이너’라는 장르를 손수 개척해나가며 한복의 ‘품격(品格)’을 끌어올리는 데에 일조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제가 처음 한복 업계에 뛰어든 것은 27살 때였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기술적인 부분은 전혀 모르던 상태였고, 마땅히 저를 가르쳐줄 사람이나 배울 곳도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오히려 기존의 시장 구조를 잘 몰랐기에, 그리고 한편으론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한복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세계에 내놓아도 극찬받을만한 한복이 어째서 국내에서는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가, 왜 한복을 사랑하는 이들은 점점 줄어만 가는가 라는 게 당시 제가 가졌던 가장 큰 고민이었죠. 그래서 내렸던 결론은 가장 먼저 한복의 폐쇄성과 저가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매장 건너편에 있는 부산 진시장에는 원단 및 의류시장이 크게 발달되어 있었으나, 단골 고객처들과만 거래하겠다라는 폐쇄성이 짙어 새롭게 도전하려는 이들, 새로운 젊은 피들이 한복 업계에 수혈되는 것을 저해하고 있었고, 여기에 자신이 가진 한복 기술을 다른 이들에게 보급하거나 서로 교류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더해져 한복 업계 전반의 침체를 불러오고 있었다. 또한, 침체된 경기를 극복하고자 선택한 저가 원단의 사용은 한복의 품질을 떨어뜨려 소비자들이 점차 등을 돌리게 만드는 악순환이 되기도 했다. 

한복에 대한 지극한 사랑, 세계 속 한국의 자부심으로 이어지길

김인숙 대표가 ‘한복 디자이너’로서 펼쳐온 도전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는 어려운 난이도 탓에 다른 이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통영 누비’의 한복 디자인을 시도해 선보이기도 했으며, 기존의 화학염료 대신 천연염료를 사용한 한복 염색, 비싼 원가 탓에 잘 쓰려하지 않는 실크 원단을 100% 사용한 고급스런 한복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단순히 한복을 제작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매장 전면에 눈에 띄도록 전시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킴으로써 더 많은 이들이 제대로 된 ‘전통한복’, 그리고 한층 아름다운 ‘한복 디자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기도 했다. 이에 더해 김인숙 대표는 다양한 국내·국제대회 및 전시회 등에 작품을 출품하며 한복 디자인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편, 일반 대중들에게 한복을 알리거나, 한복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품고 성장해나갈 후학을 양성하는 데에도 힘써왔다. 
나아가 원광대학교 한복 복식학과에서 한복 복식에 대한 공부를 하기도 한 그의 열정은 오늘날의 한복이 세계에 그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게 되기까지 그의 역할이 매우 컸음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최근 김인숙 대표는 기존 주문 제작 방식의 시스템에서 한 발 나아가, 누구나 필요할 때마다 손쉽게 한복을 대여할 수 있는 한복 렌탈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론 기존에도 한복 대여업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하늘빛 우리옷’이 선보이는 수준의 고급한복을 제공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더구나 이들이 약 300여 벌에 달하는 다양한 한복, 그것도 유명 한복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한 상품들을 구비해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고객들로서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인숙 대표는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비대면(언택트)이라고 생각해요. 직접 마주하거나 접촉하지 않고 모든 생활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고, 다른 모든 업종이 그렇겠지만 특히 웨딩업계와 한복업계가 맞고 있는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죠. 이럴 때에 우리의 전통한복은 어떻게 변화되어가야 하는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전통은 전통대로 남아서 결혼식이나 행사 등에 예복으로 활용되고, 다른 한편으론 생활에 적합한 형태로의 디자인적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앞으로의 젊은 세대들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나갈 주역이 될 것이라면, 저는 그 물꼬를 틔어주고, 앞서서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하고자 해요. 한복 디자이너로서 제가 지금껏 걸어온 길과 기술, 노하우들이 그러한 발전적 변화를 더욱 촉진시켜줄 촉매제가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결실이 경쟁력 있는 국가 트렌드가 되어 국위선양에도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많은 대사들과 그 부인들이 그의 한복을 입으며 주목을 받았고, 코스타리카 대사는 직접 김인숙 대표를 초청할 정도로 그의 한복을 예술 작품과 같이 생각한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인숙 대표는 향후 기회가 된다면 ‘한복’에 관한 모든 것, 결혼이나 예식에 필요한 한복이나 일상생활에 적합한 한복, 한복에 어울리는 패물이나 장신구, 폐백과 관련된 음식이나 침구 등까지도 모두 다 한 곳에서 만나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우리 전통한복을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그 빛나는 가치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어지길 바란다는 김인숙 대표의 말이 보다 많은 한국인들의 가슴에 벅차오르는 자부심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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