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침대 발명과 함께 등장한 ‘장수’ 표장, 특정 업체가 독점할 수 있는가?
돌침대 발명과 함께 등장한 ‘장수’ 표장, 특정 업체가 독점할 수 있는가?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1.07.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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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Justice)란 무엇인가? 시대마다 그 의미는 조금씩 달라져왔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공정함’을 의미한다. 정당화될 수 없는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것, 법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그것이 뚜렷한 기준에 의해 공평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의는 왜 중요한가? 정의는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덕목이기 때문이다. 정의가 결여된 사회는 갈등과 분쟁을 심화시킨다. 정의란 언제나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되어야 하며, 사회적 재화의 정당한 분배를 위한 지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떠한 사안이 ‘정의’의 기준에 부합하는가를 판단하고 행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이며, 때문에 언제나 돌이켜보고 오류가 없는지 살펴야만 한다. ‘법(法)’과 ‘국가(國家)’에 대한 신뢰는 여기에서 온다. 강자와 약자를 구분 없이 대한다는 믿음,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도 만들지 않는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표권 분쟁. 그 중에서도 국내 돌침대 업계에서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장수’ 상표를 둘러싼 분쟁은 법 해석의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대표하는 사례 중 하나다. 이번호에서는 ‘장수’ 상표와 관련된 분쟁의 과정과 주된 쟁점을 살펴보고, 최근 맞이한 결과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돌침대 업계 ‘장수’ 표장의 등장과 확산
장수를 둘러싼 분쟁은 국내 침대업계에 ‘돌침대’라는 상품이 처음 등장했던 때부터 이어오고 있다. 1984년 초, 한국인이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온돌방의 원리를 침대에 접목한 돌침대가 가구로서 시장에 출현했다. 변수형, 오현태, 성명 미상의 몇몇에 의해 시제품이 만들어졌고, 실용신안을 출원했으나 거절되었다. 이후 1989년 이태국이라는 연구가가 ‘자연석을 가열케 한 매트리스’에 대한 실용신안과 ‘장수구들’이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장수라는 말이 돌침대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1990년 6월 11일 등록된 이 상표가 침대 업계 ‘장수’ 호칭의 효시다.
돌침대 업계에서 ‘장수’ 표장의 등록상표로서 효시는 이태국의 ‘장수구들’이고, 최초 상호 사용은 故박치선의 ‘장수구들’이지만, 업계에서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오래 산다’는 의미로 ‘장수’의 어휘를 두루 사용해왔다. 장수온돌의 이석안 회장은 1993.2.20. 주식회사 덕삼산업 성립 국내 최초로 서울 갤러리아 백화점에 입점하여 원적외선 돌침대는 ‘장수하는 침대’를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하다 과대광고에 피소 되었고, 이태국의 등록상표 장수구들에 대하여 사용권을 허락은 故박치선 외에도 유사 상호 사용자가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했다. 당수 등록된 상표들을 살펴보면, “장수구들”(1990.6.11.등록), “장수옥돌”(2000.6.30.등록), “장수촌옥돌”(2001.10.29.등록), “장수돌”(2001.4.20.등록), “장수온”(2001.10.25.등록) 등이 있다. 이처럼 ‘장수’와 다른 문자가 결합한 상표가 잇따라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특허청에서 이미 ‘장수’를 식별력이 미약한 표장으로 전체관찰에 의해 다수 등록을 허여(許與)하였기 때문이다.

장수 표장, 판결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그러던 중 장수구들 상표권자가 이에 대한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사용을 금지하라는 경고장을 1999년 11월부터 다수 사용자에게 발송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분쟁이 시작되었다. 당시 “장수” 호칭이 다수업자에 의해 선전된 시너지 효과의 바탕에 근거, 이분법적인 광고 효과로 소비시장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A업체는 ‘장수구들’ 상표권 침해라는 내용증명을 받자 이태국의 등록상표 “장수구들”에 대한 무효심판청구를 하여 특허심판원에서 무효의 심결을 받았고(제1999당2113호 심결문), 상표권자 이태국씨는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불복 특허법원에 항소하여 승소하였으나,(특허법원 2000허3623호 판결문-‘장수’는 식별력이 미약하지만 ‘구들’이 결합되어 전체관찰에 의해 식별력이 있다.), 불사용 취소심판(1999당2114참조)에서 패소하게 되어 최초 등록상표 ‘장수구들’ 에 대한 분쟁은 종료되면서 특허법원 2000허3623호 판결에 귀속되어 전체관찰에 의해 수많은 ‘장수’관련 상표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 사건 때 청구인 A업체가 주장한 사실들을 보면, 지리적 명칭, 효능의 표시로서 수많은 동종 사업자들이 ‘장수’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어 식별력 없는 보통명칭으로 보아야한다라는 일관된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이후, A업체는 ‘장수’와 재료명인 ‘돌’, 보통명칭 ‘침대’를 결합한 상표 ‘장수돌침대’라는 상표를 등록했고, 갑자기 돌변하여 ‘장수’관련 영세 사용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등 집요한 상표 소송을 시작했다. 기나긴 소송에 영세한 사업자들을 버텨낼 수 없었고, 수많은 업체들이 잇따라 폐업하는 결과를 낳았다. 장수온돌의 이석안 회장은 돌침대 업계 최초 서울 갤러리아 백화점에 입점 ‘장수하는 침대’라고 선전 사용하다 과대광고로 피소되면서도 오랫동안 통용되어 온 ‘장수’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고, 2011년에는 10년간의 분쟁 끝에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으나,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진 분쟁에 맞서‘장수온돌’ 상표·서비스표 등록취소 심판에서 승소 심결을 받았으나, 소송과 항소 끝에 특허법원은 A업체의 승소를 판결했고, 이에 대한 상고와 증인의 위증 자복에도 불구하고, 최근 상고심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판결의 과정과 심리 결과를 보면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최초에 ‘장수’를 식별력이 없는 보통명칭으로 보고 전체관찰에 의해 다수 등록을 허가하였음에도 그 판결이 몇 차례나 뒤집히고 번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오래 산다’는 뜻으로 두루 사용되는 ‘장수’ 명칭을 특정 업체가 독점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또한, 피고에 의해 밝혀진 ‘증인의 위증 자복’이 판결의 과정에서 증거물로서의 가치를 무시당했다는 점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서두에 밝혔듯, 이러한 분쟁의 흐름과 판결의 과정을 살펴보는 일은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법에 의한 질서와 정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그 법이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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