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의 마지막을 위한 준비, 유언과 상속
더 나은 삶의 마지막을 위한 준비, 유언과 상속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1.07.15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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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연 변호사
허주연 변호사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법적 분쟁과 갈등, 문제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법기관의 역할이겠으나, 판결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대비하고 예방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일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법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일반인들로서는 어떻게 하면 이러한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미리 알기가 쉽지 않다. 이번호에서는 누구나 한 번은 반드시 겪게 되는 ‘유언’과 ‘상속’에 대한 법률정보 전한다.

자신의 삶 이후에 전하는 마지막 의사표시

우리는 주변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목격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려한다. 그 사람이 어떤 지위와 명성, 부를 가지고 있는가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생의 끝에 이르러선 반드시 겪게 되는 일이지만, 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죽음을 앞당기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수명 100세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어떻게 잘 사는가를 고민하는 ‘웰빙’만큼이나 어떻게 더 나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할 것인가의 ‘웰다잉(Well-dying)’을 고민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최근 ‘유언’과 ‘상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허주연 변호사는 “유언과 상속 문제는 누구나 꼭 한번 이상은 겪게 될 수밖에 없는 법률문제입니다. 개중에는 ‘가진 재산이 많지 않아 상관없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미처 생각지 못하는 부분이 ‘빚’도 상속이 된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모르고 있던 채무를 상속받게 되어 어느새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며, 법적 효력을 가진 유언이 존재하지 않은 탓에 상속인끼리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로 많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상속인간의 분쟁을 미리 예방하고, 피상속인의 최종의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효력’을 가진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법적으로 정해진 유언의 방식에는 자필유언, 녹음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 및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등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자필 증서에 의한 유언과 공증 증서에 의한 유언이다. 허 변호사는 “흔히 죽기 전에 남긴 말이 모두 유언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법적으로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절차와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필 유언의 경우엔 타이핑을 거친 출력물은 인정되지 않으며 반드시 손으로 직접 작성해야만 하고, 유언 내용과 이름, 작성연월일, 주소 등을 직접 적고 날인해야 합니다. 공증 증서 유언은 공증인과 증인 앞에서 말로 구술하는 것이며, 혹시 모를 논란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사고나 급격한 건강악화로 자필 작성이 어려운 경우 녹음유언이나, 최후의 수단으로 구술증서 유언을 활용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증인이 반드시 필요하며,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언장은 요건만 잘 갖춘다면 언제든 여러 번 수정할 수 있으며, 만약 여러 개의 유언장이 있다면 가장 최근의 것을 따르게 된다. 

급증하는 상속분쟁,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유언과 마찬가지로 ‘상속’에 대한 부분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거나,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게 되는 법률문제 중 하나다. 허주연 변호사는 “상속순위와 비율은 원칙적으로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1순위는 직계비속, 2순위는 직계존속, 3순위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순위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입니다. 상속비율은 같은 순위에 있는 사람들이 똑같이 나눠가지게 되나,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재산형성에 기여한 것을 인정해 다른 상속인보다 1.5배의 상속을 받게 되며, 특별상속이나 기여분, 유류분 등의 제도에 따라서도 비율이 달라집니다. 또한, 제1순위 추정상속인이 먼저 사망하고 없을 경우에는 그 추정상속인의 직계비속이 대신 상속을 받게 되는데 이를 대습상속이라고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상속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특별수익이다. 특별수익이란 피상속자가 증여 또는 유증의 방법으로 공동상속인에게 '따로 더 챙겨준 재산'을 의미한다. 이때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은 법정상속분 및 유류분 산정 시 고려된다. 이를테면 피상속자가 생전에 2남 중 장남에게 미리 1억의 재산을 증여했다면, 추후 법정상속의 5:5 비율에서 1억을 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받은 재산이 법정상속분을 초과하는 경우라면 초과분만큼을 반환해야 한다. ‘기여분’의 경우는 피상속자의 생전에 상속자가 오래 간병을 했거나, 혼자 모시고 살았을 경우 등 피상속인 생전에 더 많은 기여를 했다면 그 노고를 인정해 일정액을 더 주는 것을 말한다. 이때 모든 상속인이 그 비율을 합의해 정할 수 있으나, 자칫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정 분쟁으로 이어지므로 평소 사진이나 병원 영수증, 생활비 지원내역 등의 물적 증거를 모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유류분 제도’는 상속권자가 상속인으로서 받을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제도로서, 최근 크게 이슈가 된 바 있는 ‘구하라법’과도 관련이 있다. 허 변호사는 “어린 남매를 두고 가출해 20년간 연락이 두절됐던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서 상속권을 주장해 구하라씨의 오빠가 억울함을 토로했으나, 유류분 제도에 따라 그 권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속결격사유’라는 것도 존재하지만, 이는 가족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기나 강박의 방법으로 유언을 하게 하거나, 반대로 못하게 방해한 경우 등 제한적으로 인정되기에, 이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불합리한 부분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직계존비속에 대한 보호, 부양의무를 게을리 한 자를 상속결격사유에 추가하자는 것이 구하라법의 주요 내용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빚, 채무의 상속 여부일 것이다. 허 변호사는 “법적인 용어로 플러스 재산을 적극재산, 마이너스 재산을 소극재산이라 합니다. 모든 재산은 상속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당연히 소극재산인 빚 또한 분할되어 상속됩니다. 하지만 법적인 장치로서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이라는 제도를 통해 책임지기 어려운 빚의 대물림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상속권한을 모두 포기하면 적극재산과 소극재산 모두 상속받지 않게 되며, 상속받은 적극재산의 한도 안에서만 소극재산(빚)을 상속받는 ‘한정승인’을 선택하면 더 이상의 빚을 변제할 필요가 없으며, 그 상속고리 또한 자신에게서 끝낼 수 있습니다. 다만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고 싶다면 사망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허 변호사는 “유언장을 작성해두지 않고 사망했을 경우, 그 사람의 재산은 법정상속에 의해 상속됩니다. 즉, 유언이란 사망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재산을 어떻게 처리하고 분배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입니다. 또한, 유산 분할에 따른 상속 분쟁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며, 그것이 남은 이들에게 깊은 상처가 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를 앞서 예방해두는 것이야 말로 ‘내 삶 이후에 남겨질 것들’을 생각하는 가장 좋은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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