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에 호나밖에 어신 오방색에 코로나 액운은 가고 행운은 혼저 옵서게
시상에 호나밖에 어신 오방색에 코로나 액운은 가고 행운은 혼저 옵서게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1.05.14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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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제주에 피어난 오색 복주머니로 전국 가정에 행복과 평안을 기원해”
이정효 작가/ 루나갤러리 관장
이정효 작가/ 루나갤러리 관장

신상 시즌그리팅을 위해 해외 명품매장에 줄을 서듯, 우리의 신년정월은 두 손 가지런히 모아 어르신을 기다린 아이들의 설렘에 건강을 축원하고 오직 한국에만 있는 전통 명품지갑을 선물로 건네주며 시작됐다. 장인이 끊어 준 비단에 고운 금실은실로 부와 건강을 축원한 메시지를 수놓은 그 브랜드의 이름은 복주머니다. 제주에서 올해 순회개인전을 시작한 이정효 작가는 전 세계가 힘든 시기에 각 가정마다 화목해지고 건강을 지키도록 작품의 메인테마인 복주머니의 오방색에 그 어느 때보다 정성 들여 건강 축원과 부의 기원을 담았다. 3월 현인갤러리에서의 1차 초대전에 이어, ‘제주도에 복을 전하다’라는 그의 메시지는 4월 10일부터 1개월 일정으로 열리는 라온호텔 2차 초대개인전에서도 덕담처럼 퍼져나간다. 코로나 속에서도 방방곡곡에 오행의 균형과 봄날의 훈훈한 기운으로 사람들의 복을 부르는 이 작가를 만나보았다.

오방색은 정체성이요, 자수조형은 레퍼런스라 천의무봉인 양 곱도다

음양의 좋은 기운을 순리에 맞게 봉하는 복주머니와 오방색의 자수조형은 질리지 않는 전통이자 긍정적인 클리셰다. 이 오방색 복주머니를 변치 않는 정체성과 레퍼런스로 삼아 다섯 가지 색이 상징하는 진리를 전하는 ‘복주머니의 예술가’ 이정효 작가가 올해는 제주도 릴레이전으로 그의 해맑은 복주머니의 꿈과 희망을 펼쳐 보인다. 지난 3월 17일부터 31일까지 오방 색동과 강렬한 붉은색으로 노란 유채꽃 피는 제주의 봄에 행운의 메시지를 전한 이 작가는, 제주의 두 번째 복주머니를 열 장소로 제주 라온호텔을 선택해 4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릴레이 전시일정을 시작했다. 

UAE, 모로코, 스페인, 미국, 프랑스 초대전으로 세계인과 한국교포들에게 친숙하면서도 그리운 K-오방색 매듭을 지어 준 2017년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 <동방의 빛> 전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2019년까지, 세계 40여 개 국을 다닌 글로벌 아티스트인 이 작가는 그 후 밀어닥친 코로나 속에서도 복주머니 작업에 정진한다. 지난해 부산 올가도 카페갤러리오픈을 기념한 기획초대전에 참여한 이 작가는 여전히 한지, 무명, 실크 소재로 바느질 자국 없는 천의무봉의 덕담을 논하며,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는 복주머니의 오브제를 보여주고 있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비롯해 고유의 버선과 바느질 삼절, 저고리와 옷고름 등 규방의 벗들을 레퍼런스로 콜라주해 오고 있는 이 작가는, 전시를 통해 각 가정마다 화목의 상징인 오방색 복주머니의 메시지로 액운 대신 행운을 부르자는 자신의 메시지가 더 널리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올해는 개인전을 연 적이 없었던 제주를 선택했다고 한다.

아이의 배씨댕기가 뒤꽂이로 바뀌듯, 성숙한 오방색의 간색을 그리다

이 작가의 오방색 자수조형은 클리셰로 묶이지 않도록 색의 경계와 공간분할 사이에 입체적인 격자무늬로 배치되거나, 위트 있고 세련되게 재해석된 모습으로 친근감을 준다. 아이가 알록달록한 색동저고리만 입다가 차분한 옷으로 나이 듦을 알리듯, 발랄한 배씨댕기가 쪽진 머리의 뒤꽂이로 바뀌듯, 최근에는 이 작가의 색도 성숙하여 차츰 오방색의 간색인 홍색, 녹색, 자색으로 물들고 있다. 이 작가는 누구나 반가운 선물처럼 복을 누리게 하려는 마음으로, 2017년부터는 <복, 상자>에서 보이듯 한과 선물세트처럼 작고 정갈한 색동과 붉은 복주머니를 채워 세시풍속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전통으로 현대화를 보여주는 시도를 통해,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풍속과 문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해외전에서 각별히 신경 써 선보였다고 한다. 

향수를 자극하는 이 작가의 복주머니와 부채 작품들은 1930년대부터 프랑스 낭트와 리옹에 자리 잡은 재불교포들에게도 소중하고 귀한 선물이 되어 주었으며, 영국과 독일, 자카르타, 사하라 사막에서도 한국을 애틋하게 여기는 교포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이 작가는 서양의 원색과 비슷한 오방색 복주머니들은 말보다 강력하고 긍정적인 시각적 메시지로 세계인에게 행복의 축원을 전하므로, 전 세계 관광객이 모인 두바이 몰의 엄청난 인파로부터도 애정 어린 시선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문화외교관처럼 한국의 미를 알리고자 각고의 노력을 해 왔음에도, 그는 “아직 버킷리스트인 120개 국가와 도시를 채우려면 멀었기에 삶을 더 많은 복주머니로 채우고 싶다”고 덧붙인다.

액운은 시들고 행운은 피어나듯, 맨도롱 축원이 세상에 퍼져나가길

복주머니는 상징성이 분명한 이 작가의 분신이다. 복주머니는 끈이 달려있기에 액운이 들어오면 줄을 당겨 막고, 맨도롱 담백한 행운이 들어오면 꽃이 피듯 열어 담을 수 있는 귀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을 담을 수 있는 물건이기에, 생김새의 아름다움 외에도 부귀영화를 가득 채우는 오브제로서도 많은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매력적인 소재에 반하게 된 것은 교통사고 후유증과 고통 속에서도 복주머니를 엮고 꾸미다 보면 세상시름을 잊게 됨을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복주머니와 오방색의 기운을 믿는 이 작가는, 산업현장에 문화의 꽃을 피우기위해 전시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부와 건강,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노동 현장마다 복주머니가 놓이는 기회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덧붙인다. 
또한 자고로 복이란 나눌수록 커지며 새해수복의 글을 수놓아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조부모의 마음으로 모든 작품을 만들기에, 사람들이 그의 작품에서 찬탄과 감동을 솔직하고 자유롭게 나타내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2013년 대한민국문화신지식인에 선정되고, 서울유나이트문화재단소속 유나이트갤러리 고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이 세상을 코로나가 아닌 ‘행복 복주머니 바이러스’로 채우고 거기에 오행의 부귀를 덧칠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로서 보람과 의미가 있는 자리마다 작품을 제공하는 희망의 예술가이자, 전통의 오브제를 통해 K-현대미술을 새롭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만들어 가는 국민작가로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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