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꾸게 하다, 45년간의 후원이 빚어낸 삶
다시 꿈꾸게 하다, 45년간의 후원이 빚어낸 삶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1.04.12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월드비전 조명환 회장
한국월드비전 조명환 회장

인생이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고,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며, 온갖 어려움과 고난을 거쳐 어느 순간 그 결과물을 마주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로써 자기 삶의 목적과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점은 우리가 이 이야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연히 누군가의 후원을 받게 되고, 그렇게 훌륭히 성장한 뒤에 스스로 후원단체의 수장이 된다는 드라마틱한 삶. 이번호 <월간 인터뷰>에서 다룰 인물은 바로 ‘한국월드비전’의 조명환 신임 회장이다.

후원이란 축복의 통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일에 나서다

올해 1월, ‘한국월드비전’의 제9대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조명환 회장은 건국대에서 미생물공학 학사 및 석사 학위,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미생물·면역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30여 년간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과 교수로 재직한 교육자이자 과학자이다. 또한, 아시아·태평양 에이즈 학회장을 역임했으며, 20여 년간 직접 전 세계 정치인, 기업가 등을 만나 후원금을 모으며 에이즈 퇴치를 위해 앞장서온 사회운동가이며, 현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바이오텍을 공동 설립한 벤처기업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어린 시절, 국제구호단체를 통해 후원을 받던 가난한 아이였다는 사실은 비교적 최근인 2017년,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저서 「꼴지박사」를 통해 알려졌다. 미국인 후원자 ‘에드나’로부터 그에게로 전해진 월 15달러의 후원금액은 그가 어려운 시기에 좌절하지 않고 꿈을 키워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후원은 그가 성인이 되고, 대학을 졸업해 교수가 된 뒤에도 계속 이어졌으며, 언젠가는 자신도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심어준 계기였다고 한다. 조명환 회장은 “제가 살아온 인생의 반을 훌쩍 넘는 45년간이나 이어진 후원이 오늘날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후원이 늘 제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언제나 다른 누군가에게 그 고마움을 돌려주고 싶었고, 그 소망이 월드비전 회장이라는 크고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자리로 저를 이끈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자신이 ‘후원이 어떻게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점에서 제가 해야 할,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조명환 회장은 ‘후원’이란 축복의 통로라고 이야기 한다. 후원자에게는 남을 돕는다는 것에서도 오는 행복감을, 후원 받는 어린이에게는 꿈을 꿀 수 있는 힘이라는 축복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벅찬 삶 속에서는 ‘꿈’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그런 시기를 살아가고 있을 때, 후원자님이 보내온 손 편지에는 항상 제 꿈은 무엇인지 묻고 있었죠. 처음에는 마땅히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유명한 야구선수가 되거나 멋있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둘러대던 것이, 어느 샌가 제게 가장 큰 화두가 되어있었습니다. ‘내 꿈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렇게 구체화되던 꿈이 교수에까지 이르렀고, 실제로 이루게 되었죠. 현재 월드비전에도 이와 같은 목적의 ‘꿈꾸는아이들’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후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꿈을 디자인하고, 어떤 방법과 노력을 통해 꿈을 이뤄나갈 것인지를 지도해주는거죠. 아이들의 꿈이 하루하루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후원금이 만들어 내는 변화,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조명환 회장은 월드비전의 역할은 후원금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에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우체부처럼 전달만 하는 역할이 아니라, 한 아이를 훌륭하고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이를 위해선 운영의 ‘투명성’을 지금보다 더욱 강화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역설했다. 그는 “NGO 시장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한편에서는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도 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저희 월드비전이 만들고자 하는 변화에 동참하실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해서는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 지를 직접 확인하고 신뢰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저희는 기관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 한 후원 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집중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을 통해 국내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취약 계층 아동들에 대한 지원 뿐 아니라, 아동들의 삶과 환경이 달라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관련 정책의 개선에도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조 회장은 시대적 흐름과 대중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금캠페인과 자원봉사 참여 프로그램을 더욱 활발히 추진하는 한편, 일상적인 소비 활동에서도 후원을 함께 할 수 있는 ‘고통 없는 후원금’ 제도를 도입해 후원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고 자발적 후원 분위기를 조성해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또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기업 차원에서의 후원 활동이 단순한 사회적 책임이 아닌 기업의 성장과 직결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더욱 왕성한 기업 후원을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조 회장은 “70년 전 한국전쟁 이후 고아와 남편을 잃은 부인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월드비전은 현재는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후원 규모를 가진 기관으로 성장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만큼, 저희 한국월드비전 또한 그에 걸맞은 활동과 노력을 통해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에 앞장서겠습니다. 한 아이의 삶을 바꾸는 일, 그 꿈을 키우는 일에 더 많은 분들이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