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고 파도 물결 높은 천사의 섬이 낳은 ‘섬이키운’ 신안꾸지뽕
바람 불고 파도 물결 높은 천사의 섬이 낳은 ‘섬이키운’ 신안꾸지뽕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1.02.15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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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랑 특산물로 키워낸 꾸지뽕으로 신안주민과 상생하고 경쟁력 갖다”
신안꾸지뽕농업법인(주) ‘섬이키운’ 장웅조 대표
신안꾸지뽕농업법인(주) ‘섬이키운’ 장웅조 대표

동의보감이 입증하는 효과, 산야초 중에서도 당도가 18브릭스나 되어 앵두처럼 상큼하고 감처럼 달달한 꾸지뽕은 신안 산을 최고로 친다. 한반도 최서단에 위치한 섬 고장인 신안의 해풍을 맞고 자라 풍미가 진하기 때문이다. 단물과 맑은 공기, 짠바람을 동시에 맞고 자란 덕에 단짠의 묘미를 알아 작지만 실한 꾸지뽕은 비타민과 글루타민산은 물론, 숙취에 좋은 아스파라긴산도 함유하고 있다. 잎과 줄기, 뿌리, 열매까지 버릴 것이 없는 신안의 꾸지뽕으로 건강식품과 연계산업, 그리고 지역경제창출에 앞장서는 8억 대 농부, 신안꾸지뽕농업법인(주)의 장웅조 대표는 요즘 ‘섬이키운’ 브랜드로 우리먹거리 문화를 한층 발전시킬 의욕에 차 있다. 

신안의 지리와 바닷바람이 키운 오누이, 마치 꾸지뽕의 효능처럼

“키가 8척에 달하는 오라비의 팔 안에서, 행여 까막까치가 누이의 잠을 깨울까 오라비가 손톱을 갈고 다듬는 동안, 누이는 고롱고롱 숨소리를 내며 자라났다. 아비와 어미가 일천 하고도 네 번의 바람과 파도로 떠도는 동안, 가을은 오고 어린 누이의 고운 볼우물은 붉게 패인다” 1004개의 섬으로 이뤄져 천사섬으로 불리는 신안의 다도해, 여기에 터를 잡은 꾸지뽕의 가지와 열매는 오누이에 비유된다. 9월이면 붉게 익어 11월까지 수확되는 신안의 꾸지뽕은 잎과 뿌리를 차로 달여 마시고, 열매는 먹거나 즙을 내어 마신다. <동의보감>, <식물본초>에서는 꾸지뽕을 일컬어 자양강장과 허약체질을 보하는 열매라 하며, <생초약성비요>에서는 고혈압과 당뇨에 잘 듣는다고 한다. 나무와 뿌리의 껍질, 일명 자목백피는 말려서 차로 달이면 요통과 소염, 결핵, 냉한 여성질환에 잘 들으며 2008년도 전남 보건환경연구원, 산림자원연구소의 논문자료에 따르면 꾸지뽕나무의 잎, 열매, 줄기추출물은 암세포 성장억제와 간 기능 보호, 체내 염증방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신안 지역에서 지난 10년 간 꾸지뽕을 특화작물로 만든 신안꾸지뽕농업법인(주)의 장웅조 대표는 마을 주민들 3백 가구와 함께 꾸지뽕을 수확해, ‘섬이키운’ 브랜드의 다양한 건강식품과 가공제품을 출시했다. 경제학을 전공해 대학원을 나와 대기업에 재직했던 ‘긴 가방끈’ 시절에도, 고향 신안의 향토 특산물에 대한 생각이 있었던 그는 꾸지뽕 농업을 기반으로 영농법인, 유통업체, 주민들이 상생하는 밝은 미래를 그렸다. 청정바다 신안의 바닷바람에 적응해 자라는 꾸지뽕나무는 병충해에 강해, 수확할 때 날카로운 가시를 조심하고 너무 자라지 않게 가지를 쳐 내면 매년 열매를 잘 맺기 때문이다. 

무농약 재배로 실속 있는 꾸지뽕 열매 진액, 차, 환, 새우사료까지

이렇게 체계적인 꾸지뽕의 생육 관리 비결은 꾸지뽕나무부터 열매용인 대품보다는 열매와 줄기까지 모두 채취할 수 있는 토종 조생종을 선택해, 가지 전지작업으로 열매 수확이 쉽게 만드는 것이다. 장 대표가 귀농 10년 동안 토종 조생종 꾸지뽕을 연구해 널리 홍보한 결과, 꾸지뽕은 향토특화작목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신안의 팔금, 안좌, 암태, 자은도는 전국 최대 꾸지뽕 재배단지로 성장했다고 한다. 장 대표는 직접 관리한 꾸지뽕 생과 수확 외에도, 매년 가을마다 43ha의 팔금면 3백 여 농가의 마을 주민들이 키운 꾸지뽕을 수매하여 착즙, 건조하고 가공시켜 즙과 가루로 만든다. 또한 과육에 물기부터 들어가면 상하기에 건조 전에 세척하지 않고, 물러짐을 방지하고자 급냉건조하는 노하우는 신선도 유지에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이 때 잎과 가지도 수확 후 이물질을 제거하고 녹차가루처럼 분말로 만든다. 이러한 가공품으로 장 대표는 꾸지뽕 전문 프랜차이즈와 요식업 브랜드까지 겨냥해 ‘섬이키운’ 브랜드를 추구하고 있으며, 대표 상품인 첨가물 없는 꾸지뽕 원액, ‘섬이키운 꾸지뽕 열매 진액’을 출시했다. 장 대표는 섭취하기 편해 술담배가 잦고 과로하는 직장인, 성인병을 걱정하는 중년, 다이어터와 학생처럼 기력이 약해진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그리고 꾸지뽕으로 지속 가능한 약용작물의 건강식품 개발에 나섰으며, 전남산림자원연구소에서 꾸지뽕환 특허를 이전받아 꾸지뽕열매환을 제조, 유통하고 있다. 

또한 항균 및 피부트러블 개선 효과가 있는 꾸지뽕 천연비누와 차, 그리고 꾸지뽕 막걸리도 판매 중이라고 한다. 장 대표가 지역상생으로 공들이는 사업 중 하나가 꾸지뽕을 함유한 새우 사료 제조인데, 현재 효광에이에프와 함께 공동 연구개발해 사료업체에서 OEM으로 생산, 새우 어가에 납품하고 있다. 이 사료를 먹고 자란 새우는 전국 양식 새우의 65%를 차지하는 신안 왕새우 중에서도 병치레가 적은 덕에 항생제 문제에서도 안전하고 무항생제 꾸지뽕 새우로 유명세를 타며 유통되고 있다. 또한 비타민 C와 E보다 3-5배의 항산화효과를 자랑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2배 이상 들어 있어, ‘꾸지뽕 왕새우’들 또한 성인병과 노화방지에 유익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10월에는 상아제약연구센터, 동아대학교의약생명공학과 김동현 교수팀과 면역소금 개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신안 꾸지뽕과 수국을 활용해 면역력이 더해진 ‘면역소금’ 개발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상아제약연구센터 김민선 센터장은 “산수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역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번 연구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장 대표는 “이번 개발을 통해 지역특산품이 바이오 소재로 활용돼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쫀득한 꾸지야끼와 신안의 손맛 깃든 김치, 꾸지뽕 틈새시장 개척하다

장 대표가 프랜차이즈 요식사업의 일환으로 시도한 건강빵 ‘꾸지야끼’는 꾸지뽕 가루와 세계 8대 작물인 카사바 가루를 섞어 꾸지뽕 모양으로 빚고 고구마팥소를 채운 웰빙 디저트다. 꾸지야끼는 인공색소와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 그리고 지방과 당분을 줄이고 섬유질과 칼슘이 풍부해 야식과 티타임에 부담 없는 간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팔금도와 암태도의 로컬푸드 특산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꾸지야끼도, 이제 충남 지역에도 진출하며 저력을 발휘하는 진미로 불리는 중이다. 그리고 장 대표는 꾸지뽕을 지역특산물로 띄우는 데 안주하지 않고, 보다 궁극적인 우리농산물 중흥에 앞장서고자 꾸지뽕을 넣은 김치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인다. 

신안산 농산물과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인정한 청정지역 신안의 정수된 해수로 담근 김치는 비리거나 쓴 맛이 나지 않으며, 꾸지뽕 발효효소를 넣어 감칠맛이 남다르다고 한다. 이처럼 지금까지 가공품과 양식 사료를 합쳐 꾸지뽕 사업으로만 연 8억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지만, 장 대표는 재배와 가공을 넘어 틈새시장 개척으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도전하려 한다. 장 대표는 꾸지뽕으로 산업을 키워 나가, 언젠가는 지역을 대표할 의료체험관광타운의 기반을 만드는 것도 인생 계획에 들어 있다고 전했다.

최하림 시인의 고향, 신안에서 겨우내 해풍을 맞으며 달큰한 열매를 맺고 뽕나무보다 굳건한 가지를 만드는 꾸지뽕을 길러 세상과 소통하는 장 대표는 ‘잘 자라는 효자’ 꾸지뽕으로 다 같이 잘 살고 싶다고 한다. 그는 일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틈틈이 쓴 자작시의 한 구절인 “오랜만에 나는 다시 ‘섬이키운’ 천사의 섬으로 돌아왔다”를 읊으며, “내 거기서 당신의 마음을, 내 사랑으로 맞으리”로 꾸지뽕으로 맺어진 인연들의 소중함과 꾸지뽕을 향한 그의 한결같은 사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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