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영성이 집결된 신창세기 시리즈로 ‘아르티 나폴리’에 입성하다
동·서양의 영성이 집결된 신창세기 시리즈로 ‘아르티 나폴리’에 입성하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1.01.18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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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화가
이정연 화가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수료하고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 콜롬비아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정연 작가는, 서양화와 동양화를 섭렵하고 독창적인 수간채색과 판화, 장지 추상화에서 삼베옻칠 건칠기법과 칠화, 자개화에 이르기까지 창조적인 실험정신으로 해외에 진출한 글로벌 아티스트이다. 한국화가 최초로 도쿄 우에노 모리미술관 전관전시라는 벽을 깬 그는, 안도라-팔라조 타글리아페로 뮤지엄(Palazzo Tagliaferro Museum) 전시를 거쳐, 뉴욕 첼시에 위치한 킵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이어나갔다. 
지난 해 11월 팔라초 델레 ‘아르티 나폴리’(나폴리 시립미술관:Palazzo delle Arti Napoli)에서 동양인 화가 최초로 성사된 개인초대전에서 시, 현지 언론들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무엇이 자신의 창작을 특별하게 만들었고, 1~3백호 대작으로 이끌었는지에 대해 묻자, 이 화가는 대범하고 큰 작품이 자신의 성향과 맞는다고 전했다.

지난 해 11월, 동양인 화가 최초로 ‘아르티 나폴리’에서 진행된 이정연 화가의 <RINASCITA> 개인초대전은, 온라인 예약제로 진행되고 코로나19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미술한류에 큰 획을 그은 행사였다. 
현지에서도 놀라워한 72점의 거대 규모 전시를 감당할 아티스트의 존재감과 작품 내공에 언론과 매체들이 축제인 양 큰 관심을 보인 개인전에, 지난 해 ‘회화 40년’ 개인전을 이미 치른 당사자인 이 화가는 담담하게 기쁨을 표현했다. 개인사와 고위험군 건강 우려로 출국하지 않고 뉴욕 전속갤러리 사장님이 대리해 인터뷰 일정을 치렀다고 말문을 연 그는, “코로나19로 일정이 미뤄졌음에도 하나님의 은총과 예술을 갈망하는 나폴리인들의 바람이 만든 성과”라며 공을 돌렸다. 그동안 이탈리아 뿐 아니라 일본, 네덜란드, 미국에서도 그의 신작과 전시를 기다리는 팬과 갤러리들을 많이 보유한 미술한류스타인 이 화가는 삼베에 묵직하게 옻칠로 표현하는 건칠기법 대작들로 유명하다. 

수간채색 기법으로 1975-76년 2회에 걸쳐 국전에 입선하며 데뷔한 그는, 본래 비구상 작업을
했으나 랑우회(浪友會)의 일원으로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오는 은사 일랑 이종상 화백으로부터 동양화를 사사해 국전보다 기본을 채우는 화풍에 정진했다. 그리고 12폭 대나무병풍을 칠 만큼 실력도 양수겸비하게 된 그는 10년 전부터 <신창세기> 시리즈에 주력하고 있다. 이 화가는 건강상의 이유로 퀸스칼리지에서의 부흥회에 참여한 후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으로 신비로운 영적체험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작품과 삶에 표현하고자 했다.
뉴욕 유학시절 8년간, 숙련된 판화 조교 시절을 보냈고 서양화 작업으로 점성 있는 잉크와 친숙해진 이 화가에게, 귀국 후 장지에 먹으로 추상화를 그리고 점성이 강한 원주의 옻칠건칠을 접하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다. 옻이 흙을 만나면 내구성이 강해지니 이는 영성이요, 작은 공예용인 옻칠로 대작을 한다는 것은 오병이어의 기적이고, 옻을 채취하면 생을 다하는 옻나무의 삶은 피로써 목숨을 다한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부활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 화가는 옻칠의 영생함과 동양화에서 배운 대죽의 영적이며 곧은 기개를 더해, 이처럼 세계인이 열광하는 그 자신만의 세계관을 이뤄낸다. 

어머니 자개는 요철의 아픔도 감수하매 진주빛 광휘를 낳았도다

대형 캔버스를 대체할 삼베는 장례식 때 입었고, 성경에서는 회개할 때 입었다. 이 화가의 <신창세기>에는 한국화와 서양화의 기법과 철학, 종교관이 어우러져 있다. 무에서도 유를 보며 판화와 공예에서도 재료의 단서를 얻는 이 화가는, 신창세기(르-제네시스)의 주제가 “인류가 잃은 첫 축복으로 돌아가자”라고 한다. 수분이 배제된 건칠이기에 붓보다 손을 택한 이 화가는 붓의 필이 중요한 대나무의 이미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신창세기에 임하는 인류의 굳은 의지가 조선시대 급제자를 대나무로 두드리던 관례처럼 죽(竹)의 충성, 절개와도 통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그림으로 체득한 동양의 ‘기운생동’과 ‘일필휘지’도 영성처럼 그를 이끄는 힘이다. 그에 따르면, 땅에서 4-5년간 절제하던 죽순은 꼿꼿한 마디의 영적 기개를 지녔으나 내부의 공(空)에는 온기를 머금은 죽으로 자라기에, 속을 비워 절대자를 소환하는 피리나 나팔 혹은 채움 이전에 비움을 논하는 철학과 예술성까지 상징한다. 이렇게 차고 넘치는 소재가 있기에, 이 화가는 동서양화의 조화를 장지 위에 나타낸 <만남>, <바람> 시리즈 이후로는 서양화에 큰 미련을 두지 않는다.

4년 전 삼성디자인학교(SADI) 부학장을 정년퇴임한 이 화가는, 좋아하는 여행조차 가지 못하는 위축감을 해소한 아르티 나폴리의 호평에는 칠화자개 작품들의 성과도 한몫을 했다고 소개한다. 중장년 갤러리들이 삼베와 옻칠에 열광한다면, 이 화가가 실험적으로 시도한 칠화자개화의 예술적 성취는 젊은 갤러리들의 마니악한 선호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앞에서 보면 직선, 단면은 원인 대나무처럼, 진주의 ‘어머니’인 자개는 대나무의 내면인 원(圓)과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는 조개의 깊은 성찰을 함께 보여주기에 적절한 소재였다. 이들을 쪼개고 오려붙이며 제도권 안의 자아를 보여준 그의 마음은, 건강해지고자 튼튼하게 단련한 그의 단전과도 같다. 그래서 UN본부와 네덜란드 왕실, 이탈리아 동양박물관 소장 작가이기도 한 이 화가는 2021년에도 여전히 많은 해외뮤지엄과 갤러리의 전시요청을 받고 있기에, 하늘길이 막히지 않는 한 새로운 전시로 팬들을 만날 것을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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