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만물의 에너지를 담은 색채는 미술작품인 그림의 근원, 색채와 미술의 관계성이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은 지대하다
우주만물의 에너지를 담은 색채는 미술작품인 그림의 근원, 색채와 미술의 관계성이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은 지대하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1.01.18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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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미술을 만나고, 소통하고, 창작자를 지원하는 미술사가”
오정엽 미술사가
오정엽 미술사가

아티스트를 키우는 문화는 오랜 신분제로 편향된 부와 권력의 영향 속에 있었기에, 궁정 예술가들은 언제나 압도적으로 우수한 환경에서 일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명문가의 기준이 예술가 후원여부에 달려 있었으며, 바로크-로코코 시대의 패트론(Patrone)들은 안정된 환경에서 마에스트로들이 창작행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설령 이런 운이 없을 지라도, 평생 형 빈센트의 팬으로 창작을 독려한 미술상 테오 반 고흐같은 주변인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미술가들은 비로소 취미생활이 아닌 창작행위라는 그림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자립할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현대에 이르러, 이 중요한 역할을 이어받은 서포터가 바로 미술사가다. 미술사가라는 직업은 아티스트와 대중, 평론가 사이에서 미술의 태동과 성장에 기여한다. 미술사가는 아티스트가 낳은 작품의 탯줄을 자르고, 평론가의 구역에 들어가 대중들의 품에 안기기까지 아티스트의 산파 역할을 하며 ‘창작물’을 보육하기에 미술계를 움직이는 귀중한 손이기도 하다. 

누구나 미술의 진면목을 보고 느끼고 가슴의 울림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미술사가는 미술평론가와 명확히 구분되는 영역에 있다. 미술의 전문성을 주관적으로 평가하여 언어로 표현하는 평론가와 달리, 이들은 작가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고 작품 활동, 전시, 평론과 관련 사업에 이르기까지 창작 과정을 함께하는 관계이며 아티스트에 빗대자면 매니저 겸 후원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를 기록과 자료로 남겨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미술사가의 몫이다. 이 과정은 1회성이 아니라, 미술가가 시기별로 작품에 변화를 주는 과정까지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아카이브’의 세계다. 그래서 이들의 후원은 창작자에게 돈과 화구, 의식주를 지원하는 패트론과 달리, 작가를 조명하고 글로 남기며, 강연을 통해 부각하고 전시, 판매까지 돕는 포괄적인 작업이다. 
오정엽 미술사가는 지난 40여 년 간 미술에 내재된 생각들을 풀어놓는 칼럼니스트이자, 예술가들이 나아갈 테마를 만들어주는 아트 디렉터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술을 말과 글로 설명하고 전달하며 예술관련 사업으로 파이를 키우는 아트 딜러, 아트 엔터테인먼트와 미술 파워블로거를 겸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소중한 가디언으로 활동해 왔다. 

오 미술사가는 작가를 셀렉트하여 이들을 후원하는 작업도 40여 년 간 해 왔다. 그의 오랜 미술사가 활동과 한국과 스웨덴, 캐나다의 파트너십 갤러리 17개에서 1년 내내 한 작가의 작품을 연재하듯 전시하는 선구적 발굴행위 덕분에, 관공서와 식당, 문화센터, 기업과 병원 로비, 카페를 전시장처럼 쓰는 파격적인 일들은 미술계에서 대중적인 홍보방식이 되었다. 또한 유능한 작가의 창작론과 작가관을 미술 강연에 인용하며 대중들이 진흙 속의 진주를 건지거나 기성 작가들의 진면목을 발견하며 가슴 속 울림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오 미술사가는 이 원대한 작업의 가장 큰 목적은 미술이라는 예술행위의 진면목을 누구나 쉽게 접하면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술가는 창작, 대중들은 소장, 건강한 창작 생태계의 연결고리 찾다

유럽과 북미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평단과 갤러리의 인맥을 다진 덕분에, 오 미술사가는 평단과 작가, 관객을 연결하는 오작교 역할을 한다. 그는 스페인의 호세 디아즈와 재능 있는 아티스트 몽우 조셉킴을 연결하고, 40여 년에 걸쳐 특정화법에 속하지 않으면서 영적 변천사로 표현주의 화법을 이룬 <달 항아리에 핀 꽃> 연작의 성하림 작가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편적 홍보를 벗어나, 지속 가능한 연료를 공급하는 것에서 의의를 찾는 오 미술사가는 화가의 창작을 꽃에 비유한다. 꽃의 정체성은 땅에 뿌리박고 살아갈 때 분명해지며, 벌과 나비는 뽑아서 말린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꽃이 자라는 환경을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벌과 나비와 연결해 주기를 택했다. <월간미술> 등 칼럼과 평론 활동을 부단히 이어가는 오 미술사가는 2년 전 <오정엽의 미술이야기>를 저술하며 미술사가 활동에서 얻은 철학을 인문학의 관점으로 정리하고 전달하는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림의 정보를 전하는 도슨트나 공동 작업에 가까운 디렉터와 달리, 이 작업은 미술의 근원과 성향을 집대성하는 것에 가깝다. 그에 따르면, 그림의 태동은 인간이 신을 나타내고 숭배하는 과정에서 왔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자신’의 시각으로 미술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미술을 이해하게 되고, 이를 돕는 요소는 미술을 통한 영적 세계로의 확장이다. 그래서 오 미술사가는 셀렉트할 작가를 고르는 기준이 작품에 힐링 에너지가 실려 있는 지의 여부이며, 공감을 주는 작가 또한 ‘영’과 ‘육’의 균형이 보이는 작가라고 말한다. 이러한 유형의 작가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진열하거나 강연하면, 지갑을 열어 작가의 미래에 투자하게끔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 오 미술사가는 공장을 찾아가 그림의 본질을 설명하자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들이 그림에 흥미를 보이며 바로 구매를 원한 사례가 자신의 미술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림의 색채에 내재된 우주의 에너지에 끌려 소장하는 원리를 설명하다

이렇게 다양한 갤러리스트 활동을 바탕으로, 인문학 힐링강좌처럼 ‘찾아가는 미술힐링 강좌’를 인기리에 진행하는 오 미술사가는 작품으로서의 그림감상 방법으로 우주만물의 기운을 담은 빛의 실체인 ‘색채’와 ‘에너지’의 파악을 권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작가의 무수한 생각에서 나온 에너지는 물감으로 표현되며, 소리로 저장된 후 재생되기 때문이다. 우주의 만물은 빛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빛의 실체는 진동이라고 한다. 그림은 고유의 소리 주파수가 저장된 ‘색채’를 보는 과정이며, 색채는 빛에서 왔다. 소리, 파동, 진동, 주파수라는 에너지로 구성된 것이 우주 안의 생명체이며 그 빛의 에너지가 무형인 ‘영’에 속한다면, 만물의 유기적인 ‘육’의 형태가 색채이며 인간의 육신도 그런 유기체의 일부이다. 

그렇기에 색의 깊이를 볼 줄 알면 색의 에너지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물질, 시간, 공간의 한계 속에 살아가는 유기체인 인간은 쓸수록 에너지가 방전된다. 하지만 생각의 에너지는 이 3가지 한계에 구속되지 않아, 사람이 잠들어 있을 때에도 재생되는 ASMR처럼 생각의 에너지는 쉬지 않고 진동하며 재생되고 있다. 그림에도 이런 무의식적 에너지가 담겨 있어,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은 인간이 1초마다 1억 비트의 정보를 보고 분석하듯 무의식적으로 들어온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림의 디자인과 형태보다는 이 ‘색채’의 에너지를 보고 3초 안에 그림에 끌리는 사례가 많으며, 그림의 힘과 정체성에 끌려 다른 세계를 간접 체험하는 경지가 시작된다. 오 미술사가는 생전 처음 보는 그림에 반해 구입하려는 욕구가 생기는 원리 또한, 이런 자연스런 끌림과 고갈된 에너지를 채우려는 본능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오 미술사가는 이러한 ‘중매’로 매칭된 소장자와 그림이 많으며, 이를 문화로 만들면 창작자에게 안정된 환경 제공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글과 언어로 그림을 통한 성찰을 촉진하겠다는 오 미술사가는,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지난해, 창작하는 작가를 향한 격려가 확대된 분위기는 적지 않은 위로가 된다. 2021년부터 많은 이들이 보고 공감하도록 미술관 형태의 전시장을 더 확장시켜 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사가는 미술가의 역사를 창조한다. 이제는 별이 태어나는 성운(星雲)처럼 미술가의 태동을 돕는 이 소중한 존재를, ‘미술사가’라는 네 글자 이름으로 기억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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