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의 위상까지 섬세하게 체득하는 표현주의적 초상화가의 대명사
역사적 인물의 위상까지 섬세하게 체득하는 표현주의적 초상화가의 대명사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1.01.18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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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는 가장 문화적인 헌정을 추구하며 빛나는 고증으로 집결된 인명사전”
오동희 화백
오동희 화백

초상화는 사실주의와 구상의 사조에 가까울수록 인물이 존재하던 시대의 가치를 보여주기에, 특정인물의 묘사를 넘어 기록서사예술에 속한다. 동양의 초상화는 정조의 화원인 이명기, 문인화의 진경미학에서 착안한 초상화를 그린 표암 강세황의 작품에서 보이듯 단순하지만 섬세한 의복묘사와 실사처럼 정확한 얼굴묘사라는 전통기법의 영향이 큰 편이다. 또한 서양의 초상화 문화는 다 빈치의 해부학을 바탕으로 뒤러의 사실적이고도 성스러운 인류애를 겸비한 성화와 궁중 초상화가들의 왕정 경배적인 관점을 토대로 발전해 왔다. 
오동희 화백은 이처럼 내면의 외적 체화에 따른 사실적 고증을 중시하는 한국식 초상화와, 극사실적인 색감묘사 속에 인물의 성향을 담는 서양 초상화의 장점 모두를 아우르는 토탈 패키지 성향의 신고전주의 초상화가이다. 그는 유화의 터치로는 표현하기 어렵다는 동양인의 얼굴까지 섬세하게 묘사함은 물론, 역사 속 인물의 족적을 초상화 한 장에 요약하는 탁월한 솜씨로 기념영정과 대통령 기록화, 위인들과 대기업 총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아이콘들을 묘사해 왔다. 

역대 대통령들과 대기업 총수까지, 현대 역사의 아이콘들을 화폭에 담다

20대 중반부터 정·측면 인물화 묘사력의 탁월함으로 언론에 주목받은 오동희 화백은 40여 년 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초상전문 화가로 활약해 오고 있다. 누드크로키와 골상학, 피부의 결과 근육의 흐름까지 전문서적을 탐독하며 연구하는 노력에 이어 홍대 미술대학원 석사과정까지 이수하는 열정으로 붓을 잡아 왔기에, 오 화백의 수백 점이 넘는 초상화들은 그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역사의 산 증인들을 생생히 담고 있다. 그의 역대 작품들은 넬슨 만델라, 마더 테레사, 백범 김구를 비롯한 세계적 위인들과 2012년 공식영정을 제공받아 제작한 김수환 추기경의 초상화, 그리고 한서대 총장으로부터 의뢰받은 역대 한국 대통령 초상화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역량이 집대성되어야 하는 담대한 초상화들로, 그 리스트들은 흡사 ‘인명사전’을 연상케 한다. 2016년 4월 반포동에 역대 초상화작품들을 소장하는 국내 최초의 초상화갤러리인 <오동희초상화갤러리>를 개장하며 초상화분야의 품격을 한층 높인 오 화백은, 선택된 이들에게만 허락된 예술이라 지칭되는 초상화 분야에 ‘사료적 가치의 조명’이라는 굵은 획을 그으며 이후에도 창작과 후학 양성을 병행하고 있다. 

오 화백은 서양의 궁정화가들이 보여준 화법의 품격에, 동양의 전신사조(傳神寫照) 기법에 따른 일호불사편시타인(一毫不似便是他人)적인 고증능력까지 겸비한 덕분에 국제적 명성을 누리는 초상화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초상화 전문화가로서 색감과 표현법은 물론, 르네상스 시대의 메디치 일가가 정립해 온 이래 꾸준히 초상화의 미덕으로 여겨졌던 ‘시대의 아이콘이 될 인물의 삶을 기록’한다는 역사적 가치를 조명해 왔다. 그래서 오 화백은 역대 군 장성과 종교지도자의 초상화 의뢰도 많이 받고 있으며, 대기업 총수의 경우에는 창업자는 물론 후임 총수까지 연이어 의뢰를 받아, 2016년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 초상화도 25호 규모로 작업하기도 했다. 

인류역사학자와 같은 관점으로 위인의 성향과 삶을 묘사한 기록미술의 극치

오 화백은 서양유화의 기법을 따르면서도 서양 왕정초상화 특유의 과장된 위엄 대신 눈가 주름 및 눈썹 결, 손등 힘줄과 혈관흐름까지 세심하게 묘사하는 동양초상의 세필 선묘법(線描法)과 헌정 정신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오 화백의 그림은 미학적 아름다움 외에도 당대의 복식과 장신구, 표정과 기품까지 읽을 수 있어 더욱 감상할 가치가 있다. 오 화백은 큰 명성을 다진 요즘도 30여 평 규모의 오동희갤러리 4층 작업실에서 데생과 색채배합 연습을 계속하며, 후학들에게도 초상화가로서 붓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정진하는 끈기, 수십 년을 쉼 없이 갈고 닦는 연륜, 인물의 삶을 연구하고 특정화시키는 생동감을 강조한다고 전한다. 이처럼 미술인생의 대부분을 초상화에 천착해 왔던 오 화백은 2014년 MIFA아트페어에서 조반니 벨리니처럼 본토 유럽 성화의 클래식함까지 잘 표현하는 화가로서 찬사를 받았으며, 프랑스 파리 까루젤 뒤 루브르 살롱에 입성했을 때 “모나리자의 미소나 도송빌 백작부인의 우아함을 매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클래시컬한 화가가 현대의 동양에도 있었다”며 특별한 입지를 인정받기도 했다. 

또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퍼스널 컬러인 스카이블루와 트레이드마크인 진주귀걸이 패션을 측면에서 우아하게 묘사한 초상화, 종교지도자로서의 엄숙함 대신 자애로운 파안대소로 인류의 화합을 제안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담은 초상화에서 보이듯, 오 화백의 모든 초상화에는 인물이 살아 온 궤적과 인품까지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종교인은 아니지만 종교인의 헌신적인 삶을 경배한다는 오 화백은, 당대의 복식고증을 거쳐 천주교 어농성지 순교자 8인의 헌정초상화 작업을 하며 윤운혜 루치아, 정광수 바르나바 부부의 순수한 삶을 숭고하게 재해석했을 뿐 아니라, 천태종 창시자 상월스님, ‘무소유’ 법정스님의 삶을 다각도로 연구해 이들의 지성과 초월적 존재감까지 포착해 냈다. 오 화백이 지금까지 세계 갤러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인물의 성향과 삶의 특징을 잡고자 얼굴, 흉상, 그리고 전신, 정면, 측면을 이미지트레이닝하여 가장 이상적인 포지션을 찾고, 적합한 복식과 행적을 매칭하여 한 번도 그를 본 적 없는 후대의 사람들에게도 설득력이 있는 초상화를 그리기 때문이다. 초상화는 개인영달이나 소장용이기보다는 복제된 역사의 현장, 특정 인물의 기품과 명예를 비추는 거울임을 잘 알고 있는 오 화백은, 역사의 아이콘을 캔버스에 담을 때마다 창작자만이 갖출 수 있는 고결한 헌사를 담아 다음 세대에 전해 줄 능력자요, 그림을 매개로 한 실록의 기록자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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