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뛰어드는 용기와 도전정신으로 바다용궁 속 보물 같은 식당 만들다
직접 뛰어드는 용기와 도전정신으로 바다용궁 속 보물 같은 식당 만들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12.28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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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의 횟집 가업, 머구리 가게의 게·회 세트 콤비로 연매출 6억 대 도약”
해상회식당 최영준 대표
해상회식당 최영준 대표

바야흐로 ‘머구리(해남)’ 전성시대다. 매일 회 1만 원 어치씩을 배달시켜 먹다가 결국 직접 배를 몰고 어업을 시작했다는 유명 카톡 캡처유머처럼, 그리고 시가별 계절어종을 기다리기보다는 휴업기에 배를 띄워 행복한 식생활을 시작했다는 유명 연예인들처럼, 요즘은 활어회 전문점보다 손맛으로 바다와 가까워진 사람도 많다. 하지만 머구리를 취미 아닌 직업으로 삼아, 기울어 가는 횟집 가업을 일으켜 세우고 시간을 쪼개 취미를 즐기며 연 6억 원 매출까지 이뤄낸 한 청년의 신나는 성공스토리도 있다. 이번에 소개할 경북 영덕의 해상회식당 최영준 대표는 ‘머구리갑부’, ‘6억 원 청년사장’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을 만큼 젊은 나이에, 쉽지 않은 머구리 세계에서 7년 만에 어엿한 요식업 대표로 우뚝 선 자신만의 비결을 알려주었다. 

직접 잡고, 직접 입찰해 통통하고 실한 게와 회 특선 세트상차림 인기

강구항 삼사해상공원 인근의 유일한 머구리작업 어선 생산자직판 식당이자, ‘머구리갑부’로 유명해진 청년사장 최영준 대표의 해상회식당은 연매출 6억 원을 기록하며 <생방송투데이>, <서민갑부>에 소개돼 전국 게/회 마니아들의 군침을 돌게 하는 매장이다. 강원 방언으로 잠수업자를 의미하는 머구리는 어업잠수사 중 생물채집이 허락된 사람들로, 최 대표는 다른 식당 사장들이 매장 영업을 준비하는 이른 새벽부터 바다에 나가 배를 띄워 해산물을 캔다. 7년 전 30여 년을 이어 온 부모님의 횟집을 이어받았지만, 주변에 널린 자연산 활어회 전문점과 비교해 눈에 띄지 않아 고민하던 그는 해산물을 직접 잡고 새벽입찰에 참여해 실한 물건들만 제일 싱싱할 때 따 왔다. 그래서 해상회식당의 회는 일반 초장이든, 고추냉이간장이든, 참기름쌈장이든 전국 어느 입맛도 사로잡는다. 

수족관의 팔팔한 생물들 중에는 직접 입찰한 영덕대게, 영덕홍게 등 대게와 대왕문어, 지인공급 받는 활어도 있어 메뉴의 가짓수도 많다. 현지에서 게와 회 요리를 같이 먹고 싶은 고객들이 많아, 최 대표는 회와 게 모두 모둠으로 만든 특선메뉴 대게회세트 상차림을 만들었다. 그래서 일본 해안가 가이세키에 버금가는 가짓수의 해상회식당 세트메뉴는 저렴한 가격에 살 많고 실한 대게와 두툼한 회로도 유명해졌다. 보통 현지 횟집은 채소가, 도시 횟집은 회가 부실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최 대표는 회 못지않게 차림반찬(스끼다시)도 가게의 얼굴이기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특히 현재까지 42년에 달하는 횟집 가업을 하는 최 대표 모친의 영향으로, 해상회식당은 꾸준히 국산 채소와 국산 김치를 상에 올려왔기에 회, 탕, 찜, 구이에 곁들이는 채소와 반찬의 신선도로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머구리 물질과 식당 경영이 동시 가능한 비결은 바로 스킨스쿠버 취미

최 대표에 따르면, 영덕대게라고 불리는 명품게는 알고 보면 박달대게, 갓바리대게, 붉은대게 등 다양하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세세히 알지는 못했다. 2009년 암으로 부친을 잃고 모친마저 고질적인 어깨 통증이 악화되자, 그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도시개발 연구원 일을 접고 기울어가는 가세를 일으키고자 매장으로 들어왔다. 또 그가 머구리가 된 이유는 좋아하는 스킨스쿠버 종목에서는 해산물 채집이 허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구리를 하면서 다시 스킨스쿠버 장비를 달고 용궁 안뜰을 거니는 즐거움을 느낀 그는 배에 연결된 산소줄 하나를 목숨줄처럼 물고 차디찬 바다로 뛰어들었다. 방심하면 사망자가 나온다는 위험한 머구리 일이기에 “젊은 녀석이 또 놀러 왔느냐”라며 혀를 차던 어르신들도, 성실히 물질하러 나와 품 안에 들기도 어려운 대왕문어, 살이 통통하며 두 팔 가득 안아야 하는 벚굴을 품고 뭍으로 올라오는 그를 기특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구리 일과 식당 일을 병행하는 것은 상당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했지만, 그는 지칠 때면 갓 딴 조개와 굴을 훑어먹는 즐거움으로 고단함을 잊곤 했다. 

또 식사를 할 때면 “게 요리가 비싸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고 나서도 아쉬움에 빈 게다리를 빨아 먹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조합하곤 했다. 이렇게 4년을 한결같이 노력한 결과 매장은 큰 규모의 흑자로 돌아섰으며, 입문 7년 만에 그는 연매출 6억 원을 기록한 어엿한 청년사장님이 되었다. 최 대표는 바다의 향을 머금은 인기 해산물인 해삼, 멍게, 전복, 가리비, 소라, 석화를 한 상에서 도매에 가까운 시가로 양껏 먹을 수 있게 했으며, 전국 인터넷과 택배주문, 현지 드라이브스루로 대게를 판매해 sns에서도 인기다. 회/게, 해산물, 볶음 혹은 비빔밥, 탕 순으로 즐기고, 인심이 넉넉한 것으로 알려진 해상회식당의 숨은 강자 중에는 여름 별미인 머구리물회, 가을을 알리는 과메기 등 계절메뉴도 있다. 

택배주문 호응 좋아, 수산물 특화된 밀키트와 조리미역 해외수출 준비 

단일메뉴도 시가 기준으로 저렴한데다, 인당 평균 7만 원 선이면 온갖 바다산해진미를 먹을 수 있다고 인스타, 페이스북에 소개된 해상회식당은, 시간 관계상 메뉴가 다 확보되어야 하는 쇼핑몰 운영 대신 단골 고객들이 전화나 문자를 보내면 당일 준비된 메뉴를 알리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산물 시즌이거나 섭(자연산홍합) 작업을 한 날, 키조개 온 날, 시가 좋은 대게 뜬 날 등 목 좋은 날에는 당일피드백에 따른 사전예약 경쟁도 치열하다. 주 1회에서 연 1회까지 주문 단골고객층은 다양하지만, 1백 평에 15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최 대표의 매장은 전국구에 속하게 되면서부터 언제나 바쁘다. <서민갑부>에 출연한 직후 2주는 모친과 최 대표, 동네 어르신까지 총 4명으론 일하기 버거울 정도였다고. 

원래도 단골장사만으로 억대 경영이 가능했지만 출연 후는 너무 유명해져, 최 대표는 매장담당매니저를 뽑아 업무를 분업하고 나서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또한 올 한해는 거리두기로 배달 택배 주문이 급격히 늘었다. 그래서 최 대표는 머구리 활동을 강점으로 가격적 메리트를 최대한 활용해 할인 혜택 등 비대면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 대표는 여전히 매장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으며, 바다수산물을 일반 가정 식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해산물 밀키트’도 개발 중이다. 택배 고객들의 반응과 인기 품목을 정해 내년 경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하고 업체들을 섭외하고 있다는 최 대표는, 성게와 무침회도 밀키트 품목에 들어가는 것이 거의 확정 단계라고 한다. 

또한 짠 기를 빼거나 다듬을 필요 없이 바로 끓여먹을 수 있는 미역 수출을 베트남, 미국 바이어들과 협의하고 있다. 올해만큼 내년도 바쁠 예정인 최 대표는 마지막으로 창업 희망자들에게 “젊은 사람들은 서울수도권 취업을 원한다. 여기도 부지런히 찾아보면 할 거리가 많은데, 문화생활 인프라가 적어 꺼리는 것 같다. 하지만 내 경우 스킨스쿠버가 있듯, 뭔가 꽂히는 것이 있으면 21세기 해남으로 사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적성을 찾았고 머구리 사장으로 성공한 인생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라는 조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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