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힘은 아이들로부터 시작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아이들로부터 시작합니다”
  • 임세정 기자
  • 승인 2020.12.28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룡사 주지 약천 스님
해룡사 주지 약천 스님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진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많은 사람이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공황장애 등 크고 작은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 서로의 관계는 더욱더 단절되며 갈등의 골이 깊어져만 가는 이때 ‘미래의 희망’이라고 일컬어지는 아이들까지도 힘든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월간 인터뷰 12월호에서는 미래가 불투명할지라도 현명하고 밝은 아이들이 있는 한 차츰 맑아질 수 있다고 전하는, 그 선한 영향력과 부처의 자비심을 꾸준히 전파해오고 있는 해룡사 주지 약천 스님을 만나보았다.

세상의 그늘진 곳을 살피며 중생과 함께하는 도량
해룡사는 1993년 석영산 큰스님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생활불교의 실천도량, 법화도량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진주시 연등산 자락에 위치하며 특유의 청아한 느낌과 고즈넉한 풍광을 보여주는 해룡사는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한글법화경’이 새겨진 ‘법화보탑전’이 건립돼 전국적인 화재를 자아낸 바 있다. 10년의 준공으로 완성된 이 석탑은 21m 높이의 7층 석탑으로 그 웅장함이 돋보인다. 탑의 내부는 석가모니불과 다보여래를 사면에 나란히 조성한 이불병좌의 형식이며, 석탑 둘레에 ‘법화경’을 한글로 해석한 23만 6,000자의 글자를 새겨 그 의미와 가치가 더욱 남다르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2019년부터 해룡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지 약천 스님은 “한글 법화경으로 부처님의 법음이 사바세계에 조금 더 멀리 그리고 깊이 전해졌으면 합니다”라고 설명하며 많은 이들이 깨달음을 얻어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룡사는 법화보탑전을 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내고 기도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불자를 비롯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약천 스님은 “무릇 주지 스님과의 접견 문턱은 높으리라 생각하고 어려워하는 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수행자가 중생을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해룡사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저로 인해 가실 때는 편안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해룡사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습니다”라고 전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수행을 통해 얻는 깨달음, 아이들의 잠재적 능력을 이끌어내다
주지 약천 스님은 사찰을 찾아 고민을 전해오는 부모와 그 아이들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인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약천 스님은 “제 은사님께서 ‘너는 사람 살리는 일을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그 말씀을 평생 가슴 깊이 새겨두고 수행에 정진해왔습니다. 불교의 가장 큰 역할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특히 성장 방향성을 잃거나 혼란 속에서 문제행동을 표출하는 아이들을 보며 많은 안타까움을 느껴왔고, 지난 10년 이상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힘써왔습니다”라고 전했다. 
약천 스님이 고안한 방법은 불교의 ‘1만배’였다. 처음에는 절 하나로 아이들이 달라질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1만배’의 절은 아이들을 180도 변하게 했다. 약천 스님은 “아이들의 정서와 행동이 교정되는 부분에 있어서 양육자·교육자의 영향은 무척이나 큽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강요와 다그침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1만배를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도록 묵묵히 격려하며 그 과정을 통해 본인 스스로가 깨닫고 변화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려 합니다. 처음에는 반항하거나 콧방귀를 뀌었던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취직했다며 작은 선물을 사 들고 찾아왔을 때 뭉클하면서도 보람을 느꼈습니다.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직도 많은데 그런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주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라고 힘주어 전했다. 실제로 아이들의 변화는 그 가정을 화목하게 변화시키기도 하는데 약천 스님은 그런 소소한 변화들이 우리 사회를,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 전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룡사에서는 복지 사업과 장학금 사업에도 힘을 쏟기 위해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실질적인 도움도 주기 위해서다.
진주의 손꼽히는 사찰로 경이로움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해룡사에서 주지 약천스님이 전해주는 위안이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큰 위로로 전해질 것을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