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혁신하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영웅’ 故이건희 시대 막 내려
끊임없이 혁신하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영웅’ 故이건희 시대 막 내려
  • 김봉석 기자
  • 승인 2020.11.13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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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계의 거목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28일 영면에 들었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선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비공개로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 상근고문의 약력보고, 고인의 고교 동창 김필규 전 KPK 회장의 추억소개, 추모영상 상영,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김필규 전 KPK 회장은 “승어부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오전 8시 50분께 이건희 회장과 유족, 친지 등을 태운 운구 행렬은 장례식장을 출발해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자택, 이태원동 승지원 등 생전 고인의 발자취가 담긴 곳을 돌며 장지로 향했다. 이 회장은 사재를 털어 만들 정도로 애정을 쏟은 화성·기흥사업장에서 임직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수원 가족 선산에서 영면했다.
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승부사’였다. 1987년 그룹 회장에 오른 뒤 10조 원이 안됐던 삼성그룹 매출은 386조 원(2018년 기준)으로 39배 늘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TV, 휴대전화 등에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이 회장은 재임시절 계열사 사장단 회의가 열릴 때마다 ‘핵심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챙겼다. 2002년 5월 그룹의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은 “핵심 인재를 몇 명이나 뽑았고 이를 뽑기 위해 사장이 얼마나 챙기고 있으며, 확보한 핵심 인재를 성장시키는 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사장 평가항목에 반영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사장단의 인사평가 점수에서 100점 중 30점은 핵심 인력을 얼마나 확보했느냐로 정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덕분에 당시 해외 출장길에 나선 각 계열사 최고 경영진은 해당 지역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현지 채용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그룹은 핵심 인재를 S급, A급 등으로 구별하고 같은 직급일지라도 연봉이 4배까지 차이가 나도록 하고 있다. 파격적으로 대우를 해주는 만큼 재계에서는 “삼성 전무가 되면 1대가 풍족하게 먹고 살고, 부사장이 되면 2대가, 사장을 하면 3대가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자서전 ‘생각 좀 하면서 세상을 보자’에서 “미국이 소프트, 하드웨어를 다 점령하고 엄청난 돈을 버는 원동력도 따지고 보면 그 나라가 세계 각국의 두뇌들이 모인 용광로이기 때문”이라며 “전 세계의 천재가 한곳에 모여 서로 협력하고 경쟁할 수 있는 두뇌 천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능한 인재가 단순하게 삼성이라는 한 기업만 먹여 살린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건희 회장 장지는 홍라희 여사의 뜻에 따라 이건희 회장의 부친 이병철 선대회장과 모친 박두을 여사가 묻힌 용인이 아닌 수원 선영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10여㎞ 떨어진 삼성 수원 본사와 기흥·화성사업장 등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다.
묘역에서 진행된 장례는 약 1시간가량 엄숙히 진행됐다. 이건희 회장은 장례 절차가 끝난 뒤 묘역에 안장돼 78세의 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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