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원목에 지문을 남긴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변신
자연의 원목에 지문을 남긴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변신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0.11.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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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문명과 자연의 상징들을 콜라주해 시대정신을 성찰한 커뮤니케이션”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기옥란 작가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기옥란 작가

21세기는 가히 초연결시대이다. 정보혁명의 현대사회는 시각적 이미지와 기호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시대와 문화를 대변한다. 모든 예술 분야에서 콜라보, 매시업, 하이브리드로 서로의 세계관과 손을 잡으며, 첨단 문명은 자연으로 돌아가거나 공존을 추구하는 철학을 보여주기도 한다. 창작에도 진화론을 적용할 수 있다면, 국내와 해외 갤러리에서 ‘피카소처럼 생각하고 바스키아처럼 표현한다’는 호평을 받는 기옥란 작가의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 시리즈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기 작가는 “자신만의 언어적 시각 기호와 내적 동력으로, 구석기 혈거인들처럼 내면의 동굴을 찾아내 위대한 족적을 시작한 커뮤니케이션 오브제인 트랜스휴먼의 네오노마드는 원목의 나이테에 생생한 지문을 남기기 시작했다. 내가 표현하는 트랜스휴먼은 우주의 질서 속에서 자유를 누리며 조화와 화해를 통한 인류 발전의 이상향을 나타낸 지도를 유형과 무형의 동선으로 빛나는 아이디어와 감동을 담은 투명한 휴먼 지도를 스펙터클하게 표현한다”고 말한다.

조화와 화해를 통한 발전의 이상향, 나무의 질감과 내면에서 찾다
화가의 범주를 벗어난 추상 아티스트, 기옥란 작가는 한국과 일본, 독일, 미국, 프랑스에서 51회에 걸친 개인전, 300여 차례의 초대전과 단체전, 60회가 넘는 국제아트페어, 최근 시작한 추상 사진전 6회까지 장르를 넘나든 활약으로 <2020 대한민국 국가사회공헌대상>에서 예술인 대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지난 10여 년에 걸쳐 기 작가는 지금껏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문학과 디지털 매체, 동서양 철학과 천문학을 집대성한 21세기 신인류인 트랜스휴먼의 이론과 실체를 작품으로 공개해 왔다. 4D(DNA(염색체), Digital(디지털), Design(디자인), Divinity(신성, 영성))와 3F(Feeling(감성), Female(여성성), Fiction(상상력))에 따라 시대정신을 향한 성찰과 인류의 화해, 소통의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해 온 기 작가는 올해 예고된 대로 3가지 세계관에서 자신만의 철학적 사유를 전달하고 있다. 본래 작품의 콘셉트를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물성들과의 어우러짐’으로 잡고 있는 기 작가는 디지털 소재인 금속과 키보드, 한지와 끈을 배치하며 조화로움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렇게 찾아다닌 오브제 중에서 아름다운 색감과 투박한 재질감을 지닌 소나무 껍질과 춤추듯이 파도치는 부드러운 선명하고 또렷한 나이테 원목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옻칠 테마는 내년으로 미루고 ‘나무’의 깊은 내면을 보는 작업에 들어간 기 작가는 지난 8월 1일부터 9월 4일까지 광주 진한 미술관에서 선보인 <트랜스휴먼-네오노마드> 초대전에서 나무의 나이테를 인간의 머리와 뇌로 은유한다. 또한 나무를 인간과 동일시한 이미지로 기존의 키보드 조각, 금속으로 콜라주해 트랜스휴먼의 상상력에 새로운 옷과 신분증을 부착한 이번 시도는 대자연의 경이로운 감동과 온고지신적인 창조력으로 전통과 현대를 잇고 소통하는 행위의 매력을 보여준다. 소나무의 둥근 나이테, 마호가니의 네모로 나타낸 수공 형상들은 혼합, 원형에 대한 사유와 은하수와의 조우 같은 매력적인 테마로, 또한 아날로그적 꿈과 아름다움에 대한 조화로움으로 눈길을 끌었다.

존재로 빛과 교감한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새로운 프로필 사진
올해 기 작가의 트랜스휴먼 소재로 돋보이는 것은 <트랜스휴먼-나의 어린 왕자>로 천연 원목과 악기의 나무조각, 회로를 콜라주해 매력을 살린 나무를 활용 작품들이지만, 지난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광주계림미술관에서 5회 추상 사진 초대전으로 개최한 <트랜스휴먼-빛과 인간>, 9월 6회 인사동 갤러리고도 추상 사진 초대전과 11월 1일부터 시작해 현재 전시 중인 청주남서갤러리 초대전도 평단의 주목을 끌고 있다. 여기서 기 작가는 편광과 빛의 반사, 채광에 반영된 빛과 색채, 오브제와의 특별한 시각적 교감으로 트랜스휴먼과 은하수와의 조우 등,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이미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기 작가는 인간이 만남을 거듭하며 문명의 흐름을 만들기에, 유목과 정착이 공존하는 21세기형 트랜스휴먼은 아탈리의 이론처럼 초월적 인간이자, 중용에서 말하는 천지의 화육을 돕고, 심층 생태론이 제시하는 큰 자아실현을 이루며, 하이데거가 고대해 온 ‘존재를 모시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 작가는 열린 영성과 양심의 자유를 토대로, 자연 속의 인간으로 생명을 보듬어 하나 된 지구의 메시지를 외계 문명과 교신시키는 종합예술에도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2008년 NASA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국제 우주 탐사망의 안테나들은 비틀즈의 히트곡 <Across The Universe(우주를 넘어서)>를 420년 후 작은곰자리 북극성 어딘가의 외계 문명이 수신하도록 쏘아 보냈다. 기 작가는 이 빛의 감동적인 교신에서도 영감을 받아, 태양의 은총으로 지구에 온 빛을 활용한 추상 사진으로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이미지에 멋진 조명을 비춰 주었다. 추상 사진작가로서 기 작가는 색면의 분할과 입체주의적 재구성으로 세포분열을 하듯 균형 있는 교감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기 작가는 “과거에 호기심을 가진 문명의 흐름이 인류의 기원인 구석기 벽화 생활상을 발굴해 냈듯, 창작이란 일상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기 작가는 사람들이 물처럼 흐르는 유연한 생각으로 뿌리는 자기 공간에 두되, 눈은 세계와 우주를 지향하며 자아의 다양성과 감성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말한다.

숨겨진 상처의 의인화와 삶의 현장, 타르초와 룽다에 영적인 신성 담다
11월 남서 갤러리 초대전으로 올해의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기 작가는, 12월 20일까지 진행되는 정문규 미술관 초대전 <인간전> 3부의 ‘상처와 치유’ 테마가 담긴 회화 작품도 소개한다. 또한 해외여행에 발이 묶인 올해는 작업만 했기에 작업 분량도 엄청나다고 한다. 지난해 8월 히말라야/부탄 전시를 계기로 트레킹을 떠나, 높은 산과 건물 사이를 나부끼는 오색 만국기 같은 깃발을 본 기 작가는 이 천이 티벳 불교에서 대지와 자연물을 상징하는 타르초와 마을 입구에 솟대처럼 나부끼는 흰색과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오색 깃발은 ‘오색 바람의 말(馬), 룽다’에 대해서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적극적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신작 중에는 사유에 관한 테마를 비롯해 35점의 큐브 타입 콜라주도 있지만, 부탄에서 접한 티벳 문화의 영적인 면이 자신의 작품 주제인 ‘신성’에 적합하다 여긴 기 작가는 인간의 숨겨진 상처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 작품들은 평면조형과 오브제 콜라주 소재보다 물감과 회화 자체의 미학에 충실했다. 그리고 지구와 사람 간의 관계성 혹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일 수도 있는 철학을 의인화하고 타르초와 룽다의 영적인 색감과 느낌을 자연스럽게 담았다. 100호 캔버스에 연달아 그려낸 기 작가는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경이롭게 표현된 나무인간의 성공적인 데뷔에 공을 들인 올해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에는 안산 대부도에서 정문규 미술관이 파주 헤이리의 보다 더 큰 공간으로 이관된 후  6월 1달간 진행되는 기옥란 작가의 정문규 미술관 초대 개인전에는 옻칠 등 다양한 실험적인 작업으로 인간의 영적 치유와 상반된 물성 조화에 관해 감동적인 작품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 자연의 권능을 향한 찬탄이 들어가 있을 뿐, 우주의 질서는 소멸이 끝을 뜻하는 게 아니라 초신성의 폭발처럼 새로운 탄생을 예고하기에,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삶에서 위안을 받기를 바란다는 그의 작가주의는 여전하다. 다양한 물성을 활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고하는 기 작가는 말린 곶감 꼬투리 같은 사소한 재료에서도 조형적 감동과 미감이 느껴져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였다. 기옥란 작가의 금빛 아이디어, 자연에 대한 감성과 마이더스의 손을 거쳐 가면 평범한 소재가 비범하고 특별한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폐기 재료도 트랜스휴먼의 신체와 연료로 삼은 기 작가의 시각적 언어는, 이처럼 정신과 물질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창작으로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비상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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