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국충정과 애민정신 깃든 천년 도량 사찰 ‘수다사’
우국충정과 애민정신 깃든 천년 도량 사찰 ‘수다사’
  • 임세정 기자
  • 승인 2020.09.2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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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수다사 주지 법매 스님/ 최법매 시인
대한불교조계종 수다사 주지 법매 스님/ 최법매 시인

천년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고찰, 누란에 처한 나라를 구하다
우리나라의 불교는 한반도에 도래할 당시부터 국가를 수호하고 서민들의 삶을 보살피는 호국불교적인 특색을 지녀왔다. 특히, 삼국시대에 이르러 각지에 생겨나기 시작한 사찰들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과 정세 속에 중생들의 어려운 삶을 돌보며 부처님의 자비행(慈悲行)을 실천하는 거점이 되어왔다. 경북 구미시 무을면 상송리 연악산(淵岳山)에 있는 ‘수다사(水多寺)’는 바로 그 대표적인 일례라 할 수 있다.
신라 문성왕 때 진감국사 혜소(慧昭)가 창건하였다 알려진 ‘수다사’는 임진왜란 당시, 주요 의병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바 있다. 당시 선산부사 정경달 선생, 승병장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사명대사 등이 이곳을 거점으로 의승·의병을 집결시켜 왜군들이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목을 차단하였다는 것이 기록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오늘날까지도 다수의 역사적 보물과 사료가 발견되고 있으며, 독특한 맞배지붕 형태의 ‘수다사 명부전’은 1979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39호로 지정, 대웅전 내부에 있는 ‘목조아미타불좌상’은 1185년 각원대사가 조성한 삼존불 중 하나로 알려지기도 했다. 
고려 광종 26년(975)과 원종 14년(1273), 조선 숙종 31년(1705) 등 수차례 화재와 수해를 겪으며 현재까지 남아 있는 대웅전과 명부전, 산신각, 요사채 등을 제외하곤 모두 소실되었지만, 누란에 처한 국가를 구하고자 했던 숭고한 뜻과 정신을 기억하는 이들이 수다사를 지금껏 지켜왔다. 더욱이 최근에는 1936년 수다사 주지를 맡았던 바 있는 봉률 스님이 독립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사실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수다사 주지 법매 스님은 “이전까지 지역민들 대다수는 수다사를 일반 사찰로 알고 있을 뿐, 사명대사와 의병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활동했던 장소라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 4년여 전, 수다사 주지로 부임한 이후 다양한 매체와 글, 시를 통해 이러한 역사를 알리고자 힘써왔으며, 지금은 많은 분들이 이를 알고 수다사를 찾아오고 계십니다”라고 전했다. 

“수다사가 지켜오고 있는 정신이 더 많은 국민들에게 힘이 되길 바랍니다”
한편, 법매 스님은 수행과 문학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시인(詩人)’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문예지「문학의 오늘」,「문학 공간」,「백제 문학」,「중도 일보」등을 통해 문학 활동을 시작한 법매 스님은 이후 시인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으며, 문학신문 창간 20주년을 맞아 최초로 기획된 한·영시집 「머물다 떠나간 자리」는 당시 전국 주요서점에서 시집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스님이 출간한 2권의 시집은 그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시어(詩語)에 매료된 독자들에 의해 모두 매진된 상태이며, 스님은 내년 초 즈음 3번째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법매 스님은 “본래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다른 이들이 딱딱하게만 보는 불교 경전도 저에겐 하나의 문학처럼 다가왔습니다. 이것이 자연스레 ‘시(詩)’라는 표현수단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삶을 그려내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데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라며, “근래에는 꼭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시에 대해, 문학에 대해, 그리고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찾아오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언제든 반갑게 맞이하며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수다사는 삼성각의 중창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매 스님은 “여러 차례의 수난을 겪은 수다사는 과거의 규모를 잃고 지금은 작은 사찰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겉모습이 수다사가 가진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선조들의 정신을 퇴색시키지는 못합니다. 아직은 작은 걸음에 불과하지만, 조금씩이나마 수다사가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훗날,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이 수다사의 역사를 배우고 공부할 수 있도록 청소년 교육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라고 전했다. 이에 덧붙여 스님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코로나라는 ‘형체 없는 총’은 종교와 사상을 떠나 모든 이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무기입니다. 역사 속의 우리 선조들이 나라의 존망과 백성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에 맞서 한 데 힘을 모았듯, 우리 또한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하길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천년의 시간에도 바래지 않을 그 애국과 애민의 정신이 더욱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원 속에 빛을 더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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