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세계관에서 맞이하는 신앙적 성찰,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新세계관에서 맞이하는 신앙적 성찰,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09.24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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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중첩 속에서 협업된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과정 찾기”
서자현 화가
서자현 화가

2020년 11월 28일부터 12월 09일까지 예술의 전당,한가람미술관 제4전시실에서 개최되는 서자현 화가의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Seeing & Being Seen)>은 기독미술과 미디어 시대를 고찰하는 시선이 회화와 설치를 중심으로 펼쳐지며, 디지털아트 분야에서는 이례적으로 ‘브레이킹(Breaking)’과 협업하는 대형 전시이다. 
서 화가는 예술로서의 종교적 영향력을 오래 성찰해 온 만큼, 이번 전시를 통해 기독미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4년 전 뉴욕에서 작업한 미디어의 왜곡 속 주체적 시선의 어려움을 함축한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성경 말씀의 문자를 디지털화한 ‘하말그하말디’와 크로스오버된다. 또한 현대미술분야에서는 처음으로 ‘브레이킹’이라는 스트릿댄스 분야와 협업하여 장르가 융합된 퍼포먼스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향한 기독미술

서 화가는 파리 네프빌꽁뜨 고등예술학교에서 창작텍스타일학을 전공했으며, 홍대 섬유미술학과에서 <현대미술의 다층적 평면구조에 대한 이론적 연구>로 미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뉴욕 La Mama Galleria, Seeing and Being Seen 2017을 비롯한 14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2백여 회 이상의 단체전 등 다양한 창작 작업을 거쳤다. 2012년 삼청동 ‘빛갤러리’에서 꿈을 통해 창작의 영감으로 승화된 눈물의 기도 과정을 개인전으로 소개했다. 또한 2016년에는 1년 간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해외 작가들과 정기작품발표를 하는 Nars Foundation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지금은 브루클린에 있는 J&M스튜디오 소속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그는 여기서 다층적 평면구조에서 아날로그페인팅, 3D작업을 병행하는 고유의 작업방식을 창작해 가며, 미디어 시대의 오리지널과 재창조 사이의 ‘진실’과 ‘가공된 이미지’의 간극즉 변형된 이미지를 편견 없는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2019년 뉴욕의 'The Shed'에서 발표한 게르하르트리히터(Gerhard Richter)의 전시회에서 평면미술과 아카펠라,오케스트라,미디어를 활용한 동선 변화 및 관객과 퍼포머가 공존하는 장르 간 융합의 새로움을 경험한 후, 대중과 소통하는 표현법을 계획하게 되었다. 이후 서 화가는 기존의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오가는 작업방식에 2024년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을 영상 미디어 작업으로 융합시키는 협업을 2020년 Seeing and Being Seen에서진행하게 되었다.

천지창조, 그리고 믿음, 소망, 사랑. 네가지 테마로 보여주는 네오크리스찬의 신앙

 십자가와 생명나무, 천지창조, 산상수훈 등 성경적 모티브가 담긴 서 화가의 작품 150여 점은 큐레이터와 영상감독, 안무감독과의 논의를 통해 동시대에 맞는 시각언어로 재구성되는 중이다. 서 화가는 이 협업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천지창조’ 주제를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선과 중첩의 구조적 작업방식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의 주제 또한 수평과 수직이 교차하며 직조되는 텍스타일의 속성,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오가며 더해지는 중첩의 과정 등 서 화가의 고유한 작업방식이 타 장르의 새로운 시선으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입체 작품으로 보여 줄  큐브(직경 1m의 입체작품)까지 더해져 전례 없는 협업 작품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직경 1m의 MDF 큐브는 서 화가의 담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각심장’의 개념이 내포된 것이다. 사각 공간에서 태어나 사각 공간에서 생을 마감하는 현대 인간의 삶 그 자체이자, 존재를 가두는 틀인 동시에 보호의 장막이 되기도 하는 아이러니함을 표현한다. 이 큐브는 협업 작품속에서는 상징적 오브제로서 기능할 것이며, 실제 전시에서는 입체작품으로 설치되어 압도적인 공간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 협업하는 프리즘무브먼트(FRZM MOVEMENT)는 대한민국 최초 세계비보이대회 우승,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총안무감독 선정 등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퍼포먼스 팀으로, 스트릿댄스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 화가에 의해 현대미술로써 표현된 시각 이미지와 기독미술의 담론은 프리즘무브먼트 댄서들의 몸을 통해 다시한번 변환을 거쳐 역동적인 메시지로 표출되며, 이는 장르 간의 권위와 경계의 편견을 파격적으로 무너뜨리는 퍼포먼스가 될 것이다.  

다양한 메타포로 무장한 영성의 새로운 세계관 

50대 중반을 맞이한 서 화가는 섬유미술의 수공예적 장인정신에서 예술가의 길을 시작하여 페인팅, 그리고 2D와 3D를 넘나드는 다양한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습득으로 다양한 장르를 융합하며 현대미술 작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서 화가는 2004년에 신앙생활을 시작하였고, 이후 2012년에 들이닥친 개인적 고난을 하나님께 의지하여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시기에 꿈에서 마주한 하나님을 작품으로 옮긴 ‘하말그하말디(하나님의 말씀을 그리다, 하나님의 말씀을 디자인하다.)’ 테마를 시작했다. 이 작업은 한글의 도형적인 조형성에 기초하여, 성경말씀의 단어들을 해체하고 재조합 해 디지털 이미지로 재현하는 것이다. 또한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시선에 대한 맥락과 결합하여 신앙과 멀어진 지금의 세대들에게도 감흥을 주려는 의도가 함축되어 있다. 
마치 알 카즈네와 피라미드유적이 비종교인들에게도 예술로써 존중받는 것처럼, 서 화가도 창작 예술과 영성의 열정에서 나온 신앙적 고백이 합일되는 ‘네오크리스천적 성화’의 성취감을 디지털 아트와 퍼포먼스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작업에 힘썼다고 한다. 또한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작가의 작업방식은 아트 창업 아이디어로도 이어졌고, 2019년 트렌디한 기독교제품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브랜드 하말그하말디(HamalgueHamaldi)의 런칭을 이뤄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서 화가가 견고하게 구축해온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담론에 기초하여 예술가와 신앙인이라는 두 정체성 사이에서의 갈등과 고백, 그리고 이를 극복하며 나아간 네오크리스찬의 단계에서의 새로운 기독문화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고자 한다. 시대를 앞서나가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선한 영향력이 되기를 바라는 서 화가는 스트릿댄스와 파격적인 협업을 기획하고, 신기술이 집약된 대형 LED패널의 협찬을 이뤄내 첨단 테크놀로지를 통한 표현까지 이번 전시를 통해 실현하게 되었다. 오래된 진리를 새롭게 풀어낸 서 화가의 이야기가 급박하게 변해가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불안함에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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