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하여 피어난 아름다움으로 온 세상에 천상의 사랑 전하는 여인
해탈하여 피어난 아름다움으로 온 세상에 천상의 사랑 전하는 여인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09.24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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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의 두 번째 모녀전,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다 가자는 메시지 전해”
김명화 화가/ 김명화갤러리 원장
김명화 화가/ 김명화갤러리 원장

회화에서는 여인의 모습을 주로 젊음과 아름다움으로 묘사하지만, 제자들을 가르치며 창작에 열중하는 김명화 화가에게 있어 여인의 아름다움은 해탈의 정서를 하얀 날개로 은유한 ‘천상의 사랑’에 있다. 풍경과 정물을 많이 그려 채색기술의 경지에 오르고 나니, 여체의 아름다움이 더욱 눈에 들어와 세상 속의 숭고한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김 화가. 그는 자신만의 판타지를 그린 누드화들인 ‘천상의 사랑’ 연작으로 작업 초창기부터 국내외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6월, 두 딸 김지나, 김지현 화가들과 2번째 모녀기획전 <누드와 천상의 사랑 그리고... 세 모녀>전을 선보인 김 화가의 ‘천상의 사랑’ 예찬론을 소개해 본다.

‘누드와 천상의 사랑’에 도취된 여인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에너지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1일까지 혜화아트센터에서 열린 김명화, 김지나, 김지현 세 화가의 그룹기획전은 14년 만에 다시 열린 모녀전이기도 했다. 딸들은 25점에 걸쳐 꽃과 나비, 인물의 서정성을, 어머니는 아픔을 행복으로 승화하는 과정을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로 묘사한 그림 34점을 소개했다. 김 화가는 연작인 ‘천상의 사랑’ 연작을 선보이며 “온 세상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아픔마저 행복으로 승화하며 지낸 거북이 같은 내 흔적들. 갑옷 같은 옷을 벗고, 천상의 날개를 펼치고 아름다움에 도취된 천상의 사랑을 은유한 작품들”이라 설명했다. 김 화가의 연작에는 로랑생처럼 로맨틱하고, 칼로처럼 자기고백적인 여인들이 보이는데, 가장 아름다운 오브제라는 매혹적 누드에 동물과 파도, 새의 날개, 코끼리의 상아를 배경으로 깔아 신비로운 분위기에서 흘러나오는 독창성과 보는 이를 압도하는 존재감은 강력하다. 

첫 작품부터 에너지가 범상치 않던 김 화가의 작품은 미국 디자인회사로부터 구입의뢰를 받았지만, 김 화가는 이를 사양한 뒤 꾸준히 누드와 ‘천상의 사랑’의 세부묘사에 천착해 왔다. 그런 삶에 큰 브레이크가 걸린 일은 서울지방경찰청 전시에서 아끼던 누드화를 도난당한 사건이었고, 오해까지 받아 많은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그는 이 시기를 극복하면서 세상의 숭고한 사랑에 도취되어 느끼는 행복, 힘듦을 이겨내는 에너지를 양귀비꽃과 하얀 날개로 묘사하면서, 그림으로 받은 행복을 온 세상에 널리 알리겠다는 희망으로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고 한다.

집착이라는 갑옷 벗고 날개를 달아 이베이의 러브콜 받은 ‘천상의 사랑’

새의 날개와 고양이의 섬세한 묘사에서 보이듯, 관객들은 김 화가의 동물 그리기 솜씨에도 찬사를 보낸다. 음악광인 그는 낮에는 사랑에 관한 노래를 듣고, 밤에는 좋아하는 이니그마처럼 강렬한 장르를 들으며 에너지가 폭발할 때마다 며칠간 이젤 앞에서 밤새워 창작 열정을 불태우기도 한다. 이런 취향은 그가 10대 초반까지 조부의 영향으로 암자에서 자랐고, 기독교계열 학교에 진학했으며 그리스로마 신화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천상의 사랑’ 연작에는 불교(卍)의 이미지인 황금색 피부묘사라든지, 불자의 동물이기도 한 <코끼리와 누드> 및 기독교의 아가페적 숭고한 사랑을 담은 <신의 사랑>도 있으며, 동물로 변한 제우스와 님프들의 사랑이야기가 넘치는 신화적 소재까지 깃들어 있다고 한다. 르누아르의 여인처럼 풍성한 머릿결을 지녔으면서도 조선백자처럼 화장기 없고 매끈한 피부가 동양적인 김 화가의 여인들은 화가 자신과 학창시절의 추억, 사랑이라는 궁극의 이데아를 의인화한 모습이기도 하다. 

그 중 <염원>이라는 그림은 행복의 에너지가 터져 나오기에, 스스로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전한다. 이처럼 색감과 묘사가 컬러일러스트처럼 아름다운 김 화가의 그림 속 여인들에 압도되어 관객들이 눈물짓고 때로는 탄성을 지르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다. 한편, 관객의 감동 또한 김 화가의 기쁨이기에, 그는 30대까지 풍경이든 정물이든 의뢰받는 대로 그리는 것이 행복했다고 한다. 그러다 언젠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된 박물관을 만들고자 그렸던 그림을 하나둘 저장하게 되었으며, 그런 포트폴리오를 유튜브 온라인에 올리던 김 화가는 자유로운 그의 그림에 매혹된 글로벌 기업인 이베이경매 관계자의 러브콜을 받아, 본격적인 상위퀄리티 아트쇼핑플랫폼에 들어섰다고 한다. 또한, 푸페이 금융솔루션의 문화예술 자문위원으로 선정된 김명화 작가.
하지만 여전히 물욕에 초연한 김 화가는 이런 행운에 마냥 들뜨지만은 않는다. 오래도록 형편이 좋지 않지만 재능 있는 제자들에게 무료레슨을 제공해 아티스트로 키워주고, 주변에 덕담하고 베푼 기쁨이 행운으로 돌아온 것뿐이라는 김 화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림으로 세상에 행복을 널리 퍼뜨리는 삶을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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