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폭넓은 공간으로 접목해 나가는 8번가갤러리의 창작이야기
더욱 폭넓은 공간으로 접목해 나가는 8번가갤러리의 창작이야기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08.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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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공간 아트갤러리로서 존재의미, ‘2020 조형아트서울’에 선보여”
원상호 작가/8번가갤러리&카페8번가 대표
원상호 작가/8번가갤러리&카페8번가 대표

‘스퀘어 아트’라는 테마로 조형과 건축, 미술을 아우르는 8번가갤러리&카페8번가를 연 원상호 작가는 자신의 창작활동에 몰두하는 한편, 전시희망이 있는 이들을 발굴해 갤러리의 문호를 개방하는 아티스트 겸 후원자이다. 지난 한 해 ‘고래커피’를 만들 원두를 고르고 인테리어 조형물인 ‘꿈을 품은 고래’의 뱃속인 카페와 갤러리를 단장하는데 힘쓴 원 작가는, 6월 개최된 코엑스 조형아트서울(PLAS) 준비로 올해 상반기를 알차게 보냈다. 미술과 조형물 분야에서 자유로운 창작을 즐긴 원 작가와 아티스트 4인으로 이뤄진 8번가갤러리 부스는, 한동안 규모 있는 전시회에 목말랐던 조형아트서울의 미술애호가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8번가갤러리의 즐거운 도약, 조형아트서울에 자유로이 안착

대중 음악가들에게 작지만 활동을 지원하고 소신 있는 예술성을 펼칠 인디 레이블이 있듯, 한국 미술계에는 차 한 잔의 살롱을 닮은 문화공간과 공연/전시장을 겸한 경희대 인근의 8번가갤러리&카페8번가가 있다. 인테리어와 목공 조형물에 두각을 보인 스페이스 아트공간이기도 한 8번가갤러리는 올해 코엑스의 가장 규모 있는 아트페어 중 하나인 조형아트서울에 참가했다. 
8번가갤러리의 관장 겸 대표이자 아티스트 자격으로 선을 보인 원상호 작가는 87개 부스 2천여 점으로 조심스런 ‘생활 속 거리두기’ 전시가 된 이번 행사에서, 판매와 관람자 인원증가에서 보이듯 한동안 아트페어를 갈망했던 관객들의 열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금속과 목재 재질로 스퀘어 테마의 비구상적 믹스미디어 부조작인 <얼굴-감성과 이성>을 소개한 원 작가는 스테인레스 추상 조형물로 특별전에 참여한 <Fall in Love>의 최승애 작가, 순지에 꽃을 채색한 담채화 <꿈>의 오길석 작가, 돌가루와 유화물감으로 더 현실적인 담벼락의 질감을 표현한 <담>의 김영신 작가, 돌가루와 아크릴로 원의 그라데이션을 이용한 높은음자리표 추상화 <모데라토>를 선보인 이무웅 작가 또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평소 관객이 일상에서 음악을 듣듯이 그림과 조각을 접하기를 바라며 카페에 미술관을 결합한 원 작가이기에, 그는 이번 조형아트서울에서도 갤러리의 소속감을 지향하기보다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스타일을 존중하며 참여작을 선정하도록 했다. 그는 올해 초반부터 창작자와 갤러리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만큼 전업보다 투잡을 지향하며 창작의지를 불태우는 아티스트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원 작가는 창작의지를 지닌 작가들이 좀 더 힘을 내, 언젠가 열릴 전시와 아트페어를 준비하며 창작하는 감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창작자에게는 표현 공간을, 감상자에게는 멋진 살롱을 제공

‘꿈을 품은 고래’라는 테마의 전시장 겸 원 작가의 아지트이자 전시 작가를 발굴하는 8번가갤러리에서 한 층 올라오면, 향긋한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곳곳에 전시된 기성/신진 아티스트들의 흔적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원 작가는 ‘고래 뱃속’에 해당하는 지하 갤러리에 작품을 진열하고, 창작자들과 상의해 작품 판매 코너를 만들었으며 건물 내부를 카페, 전시장, 공연장으로 운영하는 중이다. 내부 인테리어 자체가 전시장이나 다름없어, 원 작가는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받아 작가를 선정해 일정 공간을 아티스트들에게 무료로 대여해 준다. 
<네모놀다>전을 비롯해 14회가 넘는 개인전을 치른 원 작가는 인간이 처음으로 만든 틀인 사각형 안에서 자연과 생명의 여러 형상을 넣고, 행동과 표정으로 각자의 행복에 접근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작품을 주로 만들었다. 그리고 건물 전체가 하나의 복합 창작공간이기에, 작은 소품과 벽면을 만드는 데도 작가의 숨결이 들어갔으니 카페8번가의 방문객들도 아늑한 휴식을 즐기면서 작품 세계를 둘러보기를 권유하고 있다. 
예술의 권위는 낮추고 많은 것을 보여 주겠다는 그의 노력 덕분에, 카페8번가는 독특한 공간을 기억에 담길 원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원 작가는 음악과 문학, 미술과 건축, 그리고 차와 요리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기에, 여기서 얻은 수익을 창작과 전시에 필요한 공모 및 작가전시 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또 평균 2주간의 전시 대관비와 배너홍보비용을 지원하기에, 재료비가 빠듯하거나 색다른 공간섭외가 어려운 예술가들이 전시공모전에 참여하고 있어 원 작가는 자연스럽게 문화향유공간의 의미를 지켜갈 수 있다고 전한다. 
이리하여 그가 만든 공간은 올드 잉글리시쉽독 ‘라떼’가 반겨주는 견공동반 가능, 로고MD, 카공족 카페 이슈로도 경희대생들에게 유명했던 것을 넘어, 진흙 속 진주의 탄생을 바라는 예술가들과 관객들의 쉼터가 된 것이다. 한편 원 작가는 작품에 따라 큰 전시장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작은 공간에 머물기 모호한 작가들을 위한 장소도 꼭 필요하다고 한다. 또 신진작가나 학생임에도 반짝이는 창의성을 보이는 작가도 환영하지만, 기성작가나 열심히 창작활동을 해 온 작가들도 8번가갤러리의 소중한 동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번 조형아트페어에서 보이듯 지나치게 많은 아트페어가 때로 과다공급이 될 수 있는 문제는 거리두기진열로 해결된 만큼, 원 작가는 작품소개에 소규모 전시를 활용하고 갤러리와 작가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규모의 전시가 조금이라도 꾸준히 열리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사각 틀 안의 얼굴을 만들어 가며 이룰 수 없는 꿈 대신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워 한 단계씩 걸어왔다는 원 작가는, “앞으로도 창작자의 문화공간을 조금씩 넓혀갈 것이니 모두가 힘내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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