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정색과 오선지 위의 종합예술, ‘오지랖’ 갤러리콘서트
오방정색과 오선지 위의 종합예술, ‘오지랖’ 갤러리콘서트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08.19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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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정색의 본질로 그린 꽃·새·미인도의 행복한 화음 기대하시길”
서양화가 모하 김규리 작가/한국미술협회 이사
서양화가 모하 김규리 작가/한국미술협회 이사

댄스가수가 트롯을 부르고, 톱 개그맨이 혼성그룹을 결성하는 2020년, 미술계에도 퓨전 프로젝트가 선을 보여 눈길을 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발전(Evolution)이라는 작품 테마로 유럽의 표현주의와 추상주의, 그리고 동양적 기법 속에서 자신만의 오방정색 서양화풍을 이뤄낸 모하 김규리 작가이다. 올해 5월 개인전 이후, 김 작가는 전시회를 스토리텔링해서 미술의 오방정색과 음악의 오선지가 독창적으로 어우러진 융합콘텐츠를 시작했다. 갤러리콘서트로 들리는 미술과 보이는 음악을 선보일 프로젝트성 종합예술그룹, ‘오지랖’ 트리오의 미술 담당인 김 작가의 새로운 전시에는 플루트와 성악 보컬로 해석한 아름다운 메시지가 울려 퍼질 것이다.

진화하는 종합예술, 보고 듣는 퓨전콜라보 트리오 ‘오지랖’

여기, 새롭고 독특한 종합예술 프로젝트가 있다. 보스턴에서 수학하고 용인필하모닉 부수석이자 명지대 교수이기도 한 최정연 플루리스트, 오페라의 도시 밀라노의 매력을 흡수한 더울교육문화예술협동조합 이사장이며 한국성악학회에서 활동 중인 이선옥 성악가는 올 여름 오페라하우스나 뮤직홀 대신 로쉬갤러리에서 8월 29일 리사이틀을 갖는다. 
쟁쟁한 실력파인 이들의 노래와 연주의 콘셉트는 바로 갤러리의 그림들로, 시를 쓰는 서양화가 김규리 작가의 붉은 목단과 자화상 미인도에서 보여주는 소통과 치유의 메시지들이다. 이 독특한 퓨전 트리오의 협업 계기는 5월 김 작가의 분당 로쉬갤러리 개인전이었는데, 김 작가가 5가지 오방정색에서 온 서양화를 그리듯, 두 한국인 음악가들은 서양의 오선지 속 음률을 표현해 왔기에 이들의 랑데부에는 ‘오지랖’이라는 유쾌한 이름이 붙게 된다. 
이번 융합콘텐츠로 콘서트를 택한 김 작가는, 예술에도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놀이와 음양오행의 색 조화에서 나오는 중용의 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이 프로젝트가 상당히 재미있는 조합이며, 나중에는 콘셉트에 따라 센터(리더)와 서브(멤버)의 퍼포먼스 비중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 작가는 창작과 후학들의 미술교육에 열중하는 틈틈이 전시를 열 때마다, 창작의 진정성과 메시지를 어떻게 더 희망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지를 생각한 적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작업실 밖 47개국에 달하는 세계 여행으로 수많은 원주민, 오지의 경이로움을 체험한 김 작가는 아프리카와 네팔 고지대의 영혼이 담긴 검정 원색을, 심오한 대지에서는 노란빛을, 탁 트인 하늘과 바다로부터는 영혼이 담긴 푸른빛을 포착해 이를 매우 독특한 인체묘사로 완성한다. 
이는 한국의 토속 문화와 고색창연한 청·적·흑·황·백의 오방정색이 복주머니, 막사발, 규방의 괴불노리개와 꽃신, 버선처럼 생활 속에서 컬러감을 잘 조화시켰다고 판단, 자신만의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런 김 작가에게 이번 시도는 다양한 인종을 그려낸 ‘Evolution-Lightened moon’ 연작을 잇는 또 다른 파격이자, 더 자신감 넘치는 표현 패러다임의 변화이기도 하다. 

음양오행과 색깔의 조화에서 소통과 치유의 의미를 찾다

다양한 문명 속 인간과 사물에 한국 전통을 가미하며 변화를 이뤄낸 김 작가는 삶의 열정과 빛, 색의 질감을 활용한 변형, 왜곡, 진화된 형태묘사 덕분에 한국적인 렘브란트의 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려움과 연민, 희망과 애정이라는 감정과 제스처는 수많은 믹스미디어로 표현이 풍부해졌고, 작가의 상징인 꽃과 나비는 어두운 배경과 다양한 문양, 이국적인 느낌 속에서 평화, 만남, 조화, 긍정 속에서 열정적으로 호흡하는 영혼을 의미하게 됐다. 
이후 한동안 콜라주와 덧칠, 믹스미디어를 오가며 화려한 엑조틱·에스닉·트로피칼 패턴에 오방정색을 깔아 현대인들의 지친 정신을 치유하는 김 작가를, 평단은 ‘비단과 한지에 자개로 수놓은 예술가’로 표현해 왔다. 또한 지난해부터 김 작가의 오색 빛 음양오행의 메시지는 자화상적인 성향을 띠게 되는데, 직접 포즈를 취하고 동공에 감정의 이면을 담은 <Evolution-미인도2>에서는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을 그린 뭉크의 <마돈나>나, 표정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모나리자>처럼 미(美)보다 메시지 전달을 중시한다. 
그러다 보니 그림에 놀이와 흥미요소를 결합하면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김 작가의 그림도 사람을 향한 따뜻함이 한결 깊어졌다. 김 작가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삶이란 비록 현실에서는 장신구조차 꿈꿀 수 없었을지 몰라도, 인간애가 강한 작가 베르메르는 진주를 그려줌으로써 소녀가 영원한 찬사를 받게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김 작가도 자신의 <미인도>에 자기미화보다는 사람들의 소통과 치유에 관한 메시지가 보이길 바라기에, 강렬하고 붉은 장미로 머리를 장식했다. 
꽃 그림에도 이런 감성이 깃들어, 흰 목단과 홍매 빛 카라, 강렬하고 붉은 목단의 꽃 시리즈 <목단의 향기>, <카라의 축제>, <매화의 본능>도 아름다운 외형보다는 한국적 모티브에 외국의 감성을 한 스푼 넣은 꽃들의 근접 초상 같은 느낌을 준다. 
서울미협 소속이자 ‘인사동사람들’, ‘작가정신전’의 운영위원을 거친 김 작가는 미술로 이루고픈 일들로, 자연과 우주, 인간이 색을 통해 순수한 조화와 질서 속에서 따스하게 손잡는 평화와 행복을 염원한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기존의 것을 변환시켜 발전되고 새로운 메시지를 받는 즐거움은 살아가는 행복을 좀 더 앞당겨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요즘 김 작가는 미인도와 꽃 외에도 오방정색을 닮은 원앙의 매력에 푹 빠져 연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마치 우리에게 익숙한 이 색감이 2018년 센트럴파크의 미국인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어 주었듯, 낯선 문화에서도 체화된 색감을 뽑아내는 김 작가의 원앙 시리즈는 보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존재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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