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기억하는 시간을 건축에 담아내는 건축사, ‘건축에 의미를 담다’
땅이 기억하는 시간을 건축에 담아내는 건축사, ‘건축에 의미를 담다’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0.07.17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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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건축사사무소 채가을 소장
가을건축사사무소 채가을 소장

전북의 특색이 묻어나는 건축을 꿈꾸다
건축물은 그 자리에 존재하게 된 순간부터 무수히 많은 관계를 맺게 된다. 그 공간에서 생활하고 거주하는 인간과의 관계, 건축물이 위치한 주변 환경과의 관계, 건축물로 말미암아 파생되는 지역사회의 변화라는 관계까지.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에 위치한 가을건축사사무소는 이러한 건축물의 관계적 특성을 고려하여 고객이 만족하는 최상의 결과물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가을건축사사무소의 채가을 소장은 유럽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스위스의 건축가들이 취리히에서 공부를 마친 후 각자의 본향으로 돌아가 지역건축가로서 활동하고, 또 그들의 작품이 세계로 알려지는 것을 보며 자신 또한 건축에 고향의 색과 문화를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온 채 소장은 서울에서 함께 사무실을 해보자는 제안을 뿌리치고, 고향인 전라도 전주로 돌아왔다. 자신의 흔한 말투 하나에도 묻어나오는 전라도 특유의 악센트,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고향의 들판과 산, 여전히 많은 곳에서 소박함과 정겨움이 느껴지는 지역, 전북의 특색을 건축으로 구현하고 싶다는 바람에서였다. 그렇게 전주에서 가을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한 채 소장은 건축가로서, 교육자로서의 충실한 삶을 보내고 있다.
건축물을 설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의미’라고 말하는 채 소장은 “건축물에 담아낼 의미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건축물이 짓게 될 땅을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건축물에 담아내기도 하고, 고객의 니즈에서 혹은 건축물이 담아낼 프로그램에서 의미를 찾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건축물이 서게 될 땅의 기억을 분석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찾아낸 의미는 의도적인 화려한 형태들의 결과물의 건축물과는 달리, 건축물의 배치, 사용자의 동선, 각 실의 구성, 외장 재료와 색상, 창의 크기와 위치, 내장 재료의 종류와 색상 등의 건축물의 계획과정중 필요한 모든 내용들을 결정하는데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채 소장은 “기준이 되어주는 ‘의미’가 명확할 때, 수천 수만 가지가 적용될 수 있는 복잡한 상황들을 정리해주게 됩니다. 반대로 담아내고자 하는 의미보다 단순한 유형학적 건축물을 고집한다면 발전할 수 있는 단계적 과정을 소실하게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진정으로 시민들을 위한 공공건축물에 계속 도전할 터”
채가을 소장은 그간 국제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그와 같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채 소장은 “이는 프로젝트의 선정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국제공모전에서는 기존의 일반적인 생각을 넘어서는 아이디어를 중점적으로 보는 반면, 국내에서는 주어진 각 실의 배치가 얼마나 합리적으로 계획되었는지에 대한 ‘도구적 합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성을 기준으로 접근할 경우, 오히려 공모전이라는 제도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지금은 공공건축물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각 개개인의 삶의 간극은 매우 큰 격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 개인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은 그 개인의 삶의 수준에 따라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죠. 누구는 아일랜드를 겸한 고급 씽크대를 본인의 공간에서 쉽게 사용하지만, 누구는 화장실도 없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한 개인의 삶의 간극을 좁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공건축물입니다”라며, “지역에서의 공공건축물은 지역민들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회복시켜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공공건축물은 가성비 기준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되며, 그 시대의 문화·예술·사회·과학 등이 총체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므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재료 등을 즉각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위해서는 공공건축물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과정에서 기획, 공모, 설계, 시공, 감리, 운영 등의 모든 항목들이 면밀히 검토되고 그에 맞게 진행되어야 합니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공건축물에 도전할 것이며, 시민들에게 더 나은 공간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채가을 소장. 그의 이러한 각오와 열정이 우리 건축계에 보다 의미 있는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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