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의사 모두를 위한 미래기술, 로봇수술 명의를 만나다
환자와 의사 모두를 위한 미래기술, 로봇수술 명의를 만나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07.17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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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과 최영득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과 최영득 교수

한때, 로봇(Robot)의 발달과 역할을 논함에 있어 외과 의료의 영역은 그 영향권에서 멀리 벗어나 있는 것으로 간주됐다. 수술에 필요한 섬세한 술기를 당시의 로봇기술이 대체하기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사가 직접 로봇을 조종해 수술을 집도하는 ‘로봇수술’의 개념과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로봇수술’은 이제 많은 효용을 지닌 새로운 의료기술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며 이전에는 어려웠던 질병의 치료까지도 이끌어내는 놀라운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이에 이번호 <월간 인터뷰>에서는 로봇수술 분야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과 최영득 교수(세브란스병원 비뇨기암 전문클리닉 팀장)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로봇수술 분야 세계 3위의 권위자, 국내 최초로 다빈치 로봇수술 도입해

최영득 교수가 로봇수술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 2005년. 전 세계 수술로봇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社의 ‘다빈치’ 기계를 도입한 로봇수술을 그가 국내 최초로 도입하면서부터였다. 지금도 일부 마찬가지이지만, 당시엔 로봇을 조작해 수술을 집도한다는 것에 대해 환자들은 물론, 일반 의사들과 최 교수 자신마저도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절개 부위가 작아 회복이 빠르다는 점, 사람의 손으로 닿기 어려운 깊숙한 자리의 수술에 로봇수술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점 등이 환자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되리란 판단에 이를 받아들인 것이 그 출발점이었다고 한다. 이후 최영득 교수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250명에 가까운 환자들을 받고, 하루 7~8건 이상의 로봇수술을 수행하길 계속해왔으며, 2020년 6월 기준 4,745건에 달하는 로봇수술을 집도하며 전립선·신장·요관·방광암 로봇수술 분야 세계 3위, 아시아 1위와 국내 독보적 1위의 명성을 얻고 있다. 

최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의료계에 불러온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바로 로봇수술이라 생각합니다. 로봇수술은 환부를 절개하지 않고도 진행할 수 있어 환자의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술도구를 4개까지 동시에 사용하며 상하좌우, 회전 운동까지 가능해 인간의 손 이상의 가용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시야도 10배 이상 확대해 볼 수 있어 육안으로는 확인이 힘든 부위의 수술도 깔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직장이나 전립선, 갑상선 등 좁고 깊은 공간이나 구조가 복잡한 부위를 수술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흔한 남성암인 ‘전립선암’의 경우 로봇수술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과거 전립선암은 수술의 난이도가 매우 높은 탓에 숙련된 수술자 외에는 잘 시행하지 않는 수술 중 하나로 꼽혀왔다. 전립선이 골반 깊숙이 위치해 있는 탓에 시야와 공간의 확보가 쉽지 않고, 출혈 발생 시 즉각적으로 지혈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인근에 혈관과 신경, 괄약근 등이 가깝게 몰려 있어 후유증을 피하기 위해 극도의 정교함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로봇수술이며, 이에 최 교수가 집도하고 있는 로봇수술의 절반 이상이 전립선암, 나머지가 방광암과 신장암 등이라 한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전립선암의 국내 발병률이 매년 300%씩 폭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로봇수술의 기술 발전과 대중화는 더없이 다행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전립선암의 경우 초기 자각 증상이 전혀 없다가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 발견되는 고위험 전립선암의 비율이 높고, 일반적인 수술 방식으로는 비뇨기계 기능 장애나 골반 뼈 등으로의 전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로봇수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최근 전립선암 수술의 95% 이상은 로봇수술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환자의 고통을 덜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료인 본연의 역할 다할 터”

국내에서 로봇수술이 가능한 병원 중 단연 독보적인 기관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다. 2005년 7월 국내 처음으로 로봇수술을 도입했으며, 2013년 말에는 세계 최초로 로봇수술 1만 건을 달성(단일 기관 기준)하기도 했다. 보유하고 있는 로봇도 가장 많아 수술용 로봇만 10대를 보유하고 있고, 가장 최신형인 다빈치 Xi는 물론 S, Si 모두 가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다빈치 S·Si·Xi를 모두 보유한 곳은 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다. 로봇수술에 있어 이를 조작할 집도의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기에 의사들에게 로봇수술을 교육하기 위한 ‘로봇 트레이닝 센터’도 2009년 6월 국내 최초로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 등지의 수많은 전문의들이 직접 로봇수술을 배우기 위해 매해 세브란스병원을 찾는다.

세브란스병원이 이러한 명성을 쌓아온 데에는 최영득 교수의 역할이 컸음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매일 수백 명의 환자를 맞이하며 바쁜 와중에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교실 주임교수를 비롯해 연세대학교 비뇨의과학연구소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과장, 세브란스병원 비뇨기암센터장, 세브란스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장 등의 직책을 맡고 있는 것 또한 그만큼 그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반증이다. 

최 교수는 “하루 수백 명의 진료를 맡게 되다보니 환자 한분 한분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를 계속 찾아주시는 환자 분들, 고통과 괴로움 속에 제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환자 분들이 계시기에 잠시도 쉴틈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라며, “앞으로의 로봇수술이 나아갈 방향은 원격진료의 영역이라 생각하며, 또 바라고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 없더라도, 거리가 너무 멀거나 상태가 좋지 않아 환자 분들이 이동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도 최고의 수술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 더 많은 분들을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엔 여러 난관이 있겠지만, 의술의 목표가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있는 한,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첨단 로봇기술, 그 미래의 꿈을 현실로 바꿔가려는 그의 노력과 열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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