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통해 전공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자유전공학부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통해 전공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자유전공학부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0.06.15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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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상담시스템으로 대학생활 만족도 높여, 학자로서는 기생 문화와 K팝의 연관성 연구”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신정숙 교수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신정숙 교수

빛고을 광주의 조선대학교는 교수와 학생이 학사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운영으로 유명한 대학이다. 학제 개편 위원회 및 해외교류도 활발한 조선대학교에서, 그중 5-6개 학과 내에서 1-2개를 복수전공하는 일반적인 학부제와 달리 특수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를 1학년 때 체험한 후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는 독립학부 중 가장 파격적이고 앞서가는 학과다. 자유전공학부에서 ‘사고와 표현 1/2’ 과목을 통해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필요한 말하기와 글쓰기 방식을 가르치는 신정숙 교수 또한 학생들의 개성과 적성을 존중하며 열린 강의를 추구하는 교육자이다. 강단에 서면서 문학/문화와 교수법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유태인들의 전통적 교수법 ‘하브루타’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식민지 시대의 근대화 과정을 여가 및 관광문화의 관점에서 분석한 교양 전문서 <근대, 온천에서 옷을 벗다>를 출간한 신 교수의 교육철학과 근황을 직접 들어보았다. 

달라지는 시대, 선택의 자유 보장과 적응력 향상을 위한 자유전공학부 원스톱상담시스템
예전처럼 편지를 쓰지 않는 시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살면서 글을 쓴다. 누구든 대학 진학에는 논술을, 취업을 준비할 때는 자기소개서를, 물건을 팔 때는 설명서를, 고객사를 개척하려면 제안서를, 억울한 일을 당하면 소명서를 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지금도 말하기와 글쓰기 능력을 길러 주는 인문학의 존재감이 크다. 하지만 인문학을 제대로 심화해 배울 곳은 대학이면서, 학문이 뒷전일 만큼 자격증과 스펙 쌓기가 급한 시기도 바로 대학 시절이다.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가 바로 학생들의 이런 딜레마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학과라는 신정숙 교수는, 주어진 과제만 수행하는 중고교 시절을 거친 신입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먼저 공부하면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학과라고 전한다. 자유전공학부 소속 교수로서 ‘사고와 표현 1/2’ 과목을 가르치는 신 교수는 전공과 복수 전공 혹은 부전공으로 졸업장을 주는 한국과는 달리, 해외 대학의 경우 여러 과목을 듣고 가장 많이 수강한 학과의 전공으로 졸업장을 주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미래에는 더욱더 전공의 벽이 무너지고, 창의·융합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공 중심의 학부대학 시스템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09년 독립학부가 된 자유전공학부는 2년 후 단과대학과 기초교육대학이 통합·편입되었고, 현재 85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또한 30여 명의 교수진은 3명 내외의 지도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수강해 본 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신 교수는 ‘원스톱상담시스템’ 통해 학생 상담 방식과 내용, 특징을 기록해 데이터로 저장되고, 축적된 데이터는 교수들이 담당 지도 학생들의 학사지도 및 진로지도 시 재활용된다고 한다. 신 교수는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화 상담으로 전환해 교수·학생 1 대 1 상담을 진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은 새로운 학습 방식, 대학생활, 대인관계, 직업선택처럼 동료와 선배를 통해 배우기 힘든 도움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필요한 ‘사고와 표현’, 그리고 유태인들의 공부비법 ‘하브루타’
신 교수가 가르치는 과목은 주로 교양필수 의사소통 강화 영역으로 발표와 토론 중심의  <사고와 표현 1>과 전공 학습에 필요한 다양한 글쓰기 중심의 <사고와 표현 2>이다. 암기와 테스트에 익숙한 학생들이 처음에는 생소해하지만, 중간고사가 지날 무렵이면 사고가 유연해지고 창의적인 의견을 낸다고 한다. 신 교수는 학기 초에는 특정 주제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 토론하며, 이를 토대로 암기한 정보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한다. 이처럼 자료 분석, 토론, 발표 방식을 익힌 후에 글쓰기 중심의 <사고와 표현 2>로 넘어간다. 신 교수는 현대 사회는 수많은 지식을 컴퓨터를 통해 습득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은 지식을 수집·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정보를 선택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수업 진행 시 학생의 생각이 바람직하지 않더라도 팀원들과 토론 과정을 통해 자신과 팀원들의 생각을 비판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교수들은 학생들의 토론에 끼어들거나 말을 자르는 것을 삼간다. 나아가 신 교수는 세계 노벨상을 석권하고 있는 유태인들의 교육법에 주목해, 일반 토론보다 더 효율적인 수업 모형을 연구하는 중이라고 한다. 유태인 전통 교수법 ‘하브루타’는 혼자 공부하는 대신 하나의 주제를 함께 공부하거나 서로 질문 답변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복습하고, 혹은 공부한 내용을 동료(짝)에게 가르쳐 주는 학습법이다. 신 교수는 ‘하브루타’를 토론 방식에 접목한 수업 방식을 통해 기존의 주입식 강의보다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이런 수업 방식은 ‘토론 파이트’라고 할 만큼 학생들의 기력을 소모시키지만, 강의식 수업이나 토론 수업보다 교육 효과가 높다는 학생들의 피드백에 힘을 얻어, 신 교수는 ‘하브루타’ 교수법을 다른 교과목에도 확대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브루타’ 응용 학술서 출간 및 기생 문화의 의미 찾는 교양 전문서 준비
‘하브루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동료(짝)에게 가르쳐 주는 방식과 논의 주제에 대해 상대에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동료(짝)를 가르치거나 해당 주제에 질문하고, 토론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알고 수업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4개 분반의 수업에 적용한 결과 기존의 토론 수업보다 교육적 효과가 높게 나왔다고 한다. 신 교수는 위 내용을 지난해 11월 한국리터러시학회 추계 학술대회에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으며, 더 다양한 사례를 모아 교수들이 수업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워크북을 출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국어국문학과 석/박사를 수료한 신 교수는 학창 시절부터 교양 전문서와 소설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문학이 당대의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는가를 연구한 값진 결과물 <<김동리, 근대에 길을 묻다>>를 저술하였고, 올 2월에는 저작권 강화 규정에 따라 자료수집과 검증에 수년간 공을 들인 <<근대, 온천에서 옷을 벗다>>를 출간했다. 신 교수는 36년간의 식민지 시대 근대화 과정을 ‘온천’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조명하고 있다. 당대의 온천문화가 여가와 결합해 자리 잡는 과정을 식민지 시대의 문화와 문학, 예능인들의 삶을 통해 조망하였다. 또한 신 교수는 온천을 오간 수많은 예술가들 중에서도, 다양한 유흥 직종에 종사하며 많은 직업군들과 교류한 기생들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따라서 페미니즘, 혹은 음악 관점으로만 보던 기생 문화가 신문물 및 서양음악과 결합되는 과정, 그리고 기생들이 관객들과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예술적 능력을 공연·음반 예술로 발전시켰는지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신 교수는 시, 글씨, 춤, 노래에 능해 각기 관아나 기방에 소속되어 예술성을 펼친 ‘근대 이후 최초의 전국구 아이돌’이나 다름없는 기생들의 예술 및 사회활동을, 더 나아가 현대 한류 인기의 근원과 접목하고 싶다고 전했다. 특히 문화는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닌 만큼, 신 교수는 새로운 관점의 기생 문화 연구를 통해, 해방 이후의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악적 요소의 유래 및 특징, 그리고 최근 대표적인 한류로서 자리 잡고 있는 K팝의 특징과 인기 비결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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