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을 한 자리에서, 목포시민과 함께 호흡해 온 ‘빵의 역사’
70년을 한 자리에서, 목포시민과 함께 호흡해 온 ‘빵의 역사’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0.05.19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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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롬방제과점 정철주 대표
코롬방제과점 정철주 대표

군산의 이성당, 대전의 성심당 등과 함께 전국 5대 빵집 중 하나로 꼽히는 목포의 대표 빵집 ‘코롬방제과점’. 비둘기를 뜻하는 프랑스어 ‘콜롱브(Colombe)’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코롬방제과점은 1949년 목포 오거리에서 첫 문을 연 뒤, 71년이라는 시간 동안 목포 시민들의 삶과 추억 속에 언제나 함께해왔다. 이번호 <월간 인터뷰>에서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꿋꿋이 그 명맥을 유지해왔을 뿐 아니라, 오늘날 전국에서 찾아오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목포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된 코롬방제과점의 정철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따뜻하고 정겨운 동네빵집 그대로, 코롬방제과점
코롬방제과점은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목포시민들과 함께 호흡해왔다. 목포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코롬방제과점에 대한 추억 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을 정도로 목포시민들에게 코롬방제과점이 갖는 의미는 크다. 올 초 미국에서 귀국해 한동안 위탁경영체제로 운영되던 코롬방제과점을 2대 경영주이시던 어머니와 함께 다시 직접 이끌게 된 정철주 대표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다.
정 대표는 “70~80년대의 코롬방제과점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당시의 사람들에게 친근한 동네빵집으로 다가갔던 코롬방의 따뜻하고 인정 넘치는 분위기를 떠올리실 겁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어머님과 제가 다시 제과점을 직접 운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찾아와 인사를 건네주시는 나이 지긋한 고객 분들도 많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성껏 빵을 만드는 곳들도 많지만, 단순히 빵만을 파는 곳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해 온 코롬방의 정체성을 더욱 살리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동네 빵집들이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하나 둘씩 문을 닫던 시절. 코롬방 또한 그러한 변화의 거센 흐름에 저항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목포의 다른 유명 빵집들도 이를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고 말았으나, 코롬방만큼은 지켜내겠다는 목포시민들의 애정 어린 마음과 위탁경영을 맡고 있던 이들의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으며, 지금의 자리까지 발전해올 수 있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현재 코롬방은 목포를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러야만 하는 맛집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단팥빵, 꽈배기, 크림빵 등 향수를 자극하는 옛날 스타일의 빵 뿐 아니라, 크림치즈가 듬뿍 들어간 ‘크림치즈 바게트’, 머스터드소스와 새우 과자를 섞은 듯한 맛이 별미인 ‘새우바게트’ 등은 별도의 줄을 서서 구매해야 할 정도의 인기상품 반열에 오르며 코롬방의 명성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크림치즈 바게트는 최고급 프랑스산 크림치즈를 사용해 만든 빵으로, 제가 운영할 당시 김동인 공장장이 개발한 제품입니다. 김동인 공장장은 서울의 유명 제과점에서 일했던 경력과 일본에서도 수학한 기술자로 지금도 회자되는 코롬방의 ‘맛’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신 분입니다. 또한 꽃새우를 갈아서 만드는 새우바게트는 사촌조카가 경영하는 도중 개발되었으며, 코롬방의 이름을 전국에 알린 주역이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백년을 이어나가는 빵집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통을 계승하는 것만큼이나, 새로움을 더하는 일은 중요하다. 새로움 없는 전통은 어느 한 시대에 박제되어버린 유물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코롬방은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가 개발되고, 그것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내는 모범적인 롤 모델 중 하나다. 정 대표는 “코롬방이 이만큼 알려지게 된 계기가 ‘바게트’에 있는 만큼, 바게트를 활용한 신메뉴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바게트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탓에 비교적 빵이 빠르게 질겨지거나 맛이 나빠진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제약을 피할 수 있는 바게트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바로 최근에 개발된 ‘마늘바게트’입니다. 코롬방의 마늘바게트는 여느 빵집들에서 볼 수 있는 제품들과는 달리 오랫동안 바삭함과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마늘소스의 향긋한 풍미와 달짝지근한 맛이 바게트와 잘 어울리는 제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아울러 목포에 기반 한 동네 빵집이라는 의미에서 목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새로운 메뉴 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철주 대표의 바람은 앞으로 ‘백년을 이어나가는 빵집’을 만드는 것이다. 남도를 대표하는 항구도시이자 호남선 기차의 종점 역할을 해 온 도시로서 목포의 역사와 문화는 유구하고 깊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가게가 이제는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안타까움이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코롬방제과점은 목포의 몇 안 되는 오래된 가게 중 하나입니다. 이것을 오랫동안 지켜나가는 것은 단순히 가업을 이어나가는 문제가 아니라, 목포시민들의 추억을 지켜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목포 밖에도 알려진 빵집으로서 목포시민들이 외지인들에게 자랑스러워 할 만한, 그러한 가게로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정 대표는 “맛의 도시 목포는 남도의 깊고, 뛰어난 음식문화로 알려진 도시입니다. 목포가 자랑할 만한 음식들이 많지 있지만, ‘빵도 맛이 있는 목포’로 알려질 수 있도록 저희 코롬방제과점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전했다. 유달산과 다도해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도시, 바다와 땅을 어우르는 풍부한 음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도시, 목포를 찾는 이들에게 ‘따뜻한 맛의 기억’을 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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