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겉모습보다는 친숙하고 소박한 건축사가 되고 싶습니다”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친숙하고 소박한 건축사가 되고 싶습니다”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0.05.19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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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건건축사사무소 설혜순 소장
미건건축사사무소 설혜순 소장

여성 특유의 세심함과 감각으로 건축주의 높은 만족도 이끌어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건축업계는 사실상 ‘금녀(禁女)’의 구역으로 여겨졌다. 현장의 일이 중요한 건축의 특성상 여성이 접근하기 힘든 분야라는 인식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건축사 시험에서 여성의 비율이 매년 증가세를 유지하고, 실제 현장에서 보여주는 여성 건축사들의 세심함과 차분함, 여성 특유의 감각적인 면모,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에서 발휘되는 강점은 건축계에서의 여성의 위치를 다시 재고하게 만들었다. 
전남 목포 용당동에 위치한 미건건축사사무소의 설혜순 소장 또한 바로 이러한 강점을 보유한 여성 건축사 중 한명이다. 특히,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디테일을 고려한 건축스타일은 투박한 항구도시의 느낌이 강했던 목포에 견고함과 기능성, 미적 완성도를 더해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설혜순 소장은 “제가 처음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현장’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의 멋진 모습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많겠지만, 이를 이겨내고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위치에까지 오르는 모습은 남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에도 다시금 용기를 내 도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설계사무소에 취업하며 건축업계에 뛰어든 설혜순 소장은 더욱더 건축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학업에 매진한 끝에 4년 전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미건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하기에 이르렀다.
아름다운 건축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진 ‘미건’에는 사실 다른 뜻도 숨어있다. 설 소장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이를 채워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각오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그는 영화나 TV드라마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인식된 ‘건축사’로서의 화려한 모습보다는, 언제나 필요로 할 때면 가까이에 친숙하게 존재하는 이웃 같은 건축사의 모습,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끝까지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건축사로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미래가치를 생각하는 건축을 추구하다
설혜순 소장이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 중 하나는 건축주와의 소통이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과는 달리 시공비에 민감한 지방의 특성 탓에 이는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그는 “처음 제안된 도면에서 최종 완공에 이르기까지 설계가 크게 달라지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시공비입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면에서 하나 둘씩 덜어내다 보니, 결국은 평범하고 단순한 건축물이 되어버리는거죠. 물론 건축주의 니즈를 맞추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현재의 건축트렌드가 나아가는 방향, 앞으로의 미래가치를 생각한다면 적정선에서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평범한 건축은 시간이 지나면서 낡고, 오래되어갈 뿐이지만, 아름다운 건축은 시간 속에 가치를 더해갈 수 있습니다”라고 당부했다.
설 소장의 바람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친숙하고 친근한 건축사로 기억되는 것이다. 때문에 무턱대고 규모를 확장하는 데 힘을 쏟기 보다는, 현재의 작고 소박한 건축사사무소, 입에서 입으로 알려지고, 고객의 소개로 운영되는 건축사로서 지금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그의 목표다. 마지막으로 설 소장은 “건축은 남자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미 낡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건축사라는 직업은 여성들에게 있어 결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의 단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없이 매력적이며, 실력과 전문성까지 갖춘다면 충분히 그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편견이나 두려움으로 주저하기보다는, 용기 내어 도전하고 자신의 삶에서 성취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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