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담는 건축, 사람 중심의 건축을 추구하다
삶을 담는 건축, 사람 중심의 건축을 추구하다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0.05.19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

건축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과거의 건축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면, 최근의 건축은 보다 ‘사람의 삶’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번호 <월간 인터뷰>에서는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될 집에 사람의 ‘온기’를 더하는 시공을 펼치고 있는 젊은 감각의 주택시공전문가그룹, ‘하우스컬쳐’의 김호기 소장을 만나봤다.

Q. 최근 가장 주목받는 주택시공전문그룹 ‘하우스컬쳐’를 지금까지 이끌어 온 주역이라 할 수 있는데, 시공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그리고 시공전문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A.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설계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건축가로서의 길보다는, 현장에 참여하며 시공 전반을 아우르는 쪽이 저의 길이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설계란 홀로 자신과의 싸움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제 성격은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대외적 활동이 더 맞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시공을 경험하게 되니 이전과는 다른 시각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흔히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을 받아 시공자는 잘 짓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설계를 경험한 상태에서 시공에 임하며 어떤 것이 어려운 지, 어떠한 부분에 심혈을 기울여야하는 지를 판단할 수 있었고, 이것이 건축가와 건축주의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도 낳게 되었습니다.
건축가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포지션인 것은 맞지만 실무적인 부분에서는 시공자가 주축이 되는 즉,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각기 다른 의견을 수용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서 이끌어주는 것, 어디에 투자를 더하고, 어디를 아껴야할지를 세심하게 판단하는 것은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식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건축가의 설계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이라면 제가 하는 작업은 그 안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입니다.

Q. 각 분야 시공전문가들이 모인 하우스컬쳐의 특징이 어떻게 시너지를 발휘하는지?
A. 하우스컬쳐는 설계, 시공,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구 디자이너, 조경 디자이너들이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해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추구합니다. 단순한 협업이 아니라 현재 함께하는 4명의 메인 소장, 필요에 따라 외주 전문가까지도 함께 저마다 자기가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최대한 쏟아냄으로써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것이며, 또 이를 공유함으로써 스스로의 성장까지도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4년여 간 해오는 동안 서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완성된 건축물의 퀄리티도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Q. 건축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소통’이 중요한데,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가?
A. 건축주의 성향에 따라 건축사의 의견이 중시되는 경우도, 시공사의 의견이 중시되는 경우도 각기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주의 성향이 중립에 있다면, 설계와 디자인에 있어서 누구보다 전문가인 건축가의 작품이 우선입니다. 이럴 때 시공자는 현장의 경험과 지식, 사례 등에 근거해 조금 보완되면 좋을 것 같은 부분에 대한 의견을 정중하게 제안할 수도 있고, 이것이 수용되고 조율되면서 건축 방향에 대한 몇 가지 안이 건축주에게 제시됩니다. 건축주 분들에겐 일생의 중대한 선택인 만큼 1~2주 정도의 충분한 고민의 시간을 드리며, 이를 건축가에게도 설명해 상호 존중하는 위치를 균형감 있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우스컬쳐의 모체가 된 해외 기업들의 수평적 관계는 이러한 균형감이 기본입니다. 저희는 ‘오픈하다, 소통하다, 집을 짓다’를 메인으로 삼고 있으며, 거래하는 모든 업체를 협력업체로서 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계회사에서 제가 직접 경험하기도 했던 ‘서비스 정신’을 회사에 녹여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완료된 뒤에도 다시 한 번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건축주에게 확인하고, 2주 뒤에 또 한 번 점검을 해드립니다. 외국계 회사의 아파트 준공에 쓰이는 시스템을 하우스컬쳐에 접목한 것으로, 처음엔 무리한 도전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건축주 분들이 저희를 신뢰하게 되는 촉매제가 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건축 프로젝트가 있다면?
A. 큰 필지 위에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명품 타운하우스를 조성해보고 싶습니다. 건축가들이 꿈꾸던 건축물이 저희들의 기술력과 만나 실제로 구현되는 것, 그리고 이를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그 감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Q. 김호기 소장님이 추구하는 건축이란?
A. 건축은 소통이며, 인문학이고, 디자인이자, 아트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결국 건축은 ‘사람’입니다. 사람에서 시작된 것이고, 사람이 설계하고 짓고 사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건축을 자꾸만 ‘돈’의 관점에서 풀려고 하지만, 건축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이고, 따라서 사람을 생각하는 시공이 되어야만 합니다. 1~2년의 하자보장, 무상 A/S 등의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일생 중 일부인 5년, 10년을 지내도 무리가 없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처음부터 완성되어 틈이 없는 건축보다는, 사람이 성장하는 시간과 함께 확장되고, 보강되고, 새로워지는 건축을 지향합니다. 현재의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정착되기 시작한다면, 주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단순하고 기능적이기만 한 주택보다는, 감성이 있고, 감동이 있는 주택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