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삼각을 고이 접어 봉인한 ‘세상을 보는 눈’은 우리 미래를 향해 부친 메시지
네 개의 삼각을 고이 접어 봉인한 ‘세상을 보는 눈’은 우리 미래를 향해 부친 메시지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04.10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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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미디어 기사를 딱지 모양으로 조형해 모자이크한 ‘딱지미디어아트’로 바라본 세상”
서양화가 박윤배 작가
서양화가 박윤배 작가

삼각을 네 귀로 모아 만든 정사각형은 딱지놀이 세대라면 어릴 적부터 익숙한 형상이다. 톰슨커팅의 둥근 딱지가 문구점마다 널려 있었음에도, 아이들은 손닿는 곳에 널린 신문으로 사각딱지를 접는 데도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서양화가 박윤배 작가는 본디 태생은 삶의 기록물이지만 접기 작업을 거치면 장난감이자 메모지, 굄돌에서 편지지까지 생활의 일부로 편입해 오는 이 딱지에서 겉면에 인쇄된 인물과 사건을 먼저 보았다고 한다. 이는 구상과 비구상, 그리고 그 사이 반구상에서도 정체를 규정하기 힘든 평면조형이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회화작품이라는 관문을 충분히 통과할 발판이 되었다. 신문에서 착안한 종이오브제는 노스탤지어와 기록물의 가치를 지닌 미디어아트가 되었고, 박 작가는 이를 지혜의 조각으로 만든 타임캡슐, 일명 딱지미디어아트라 이름 붙여 세상을 기록하고 바라보는 눈과 얼굴의 형상으로 만들었다.

여백의 여운 속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지혜로운 타임캡슐이자 새로운 예술, 딱지미디어아트 

베어 문 사과의 잇자국에 사람의 측면 얼굴 윤곽, 벌어진 입을 닮은 아몬드형 눈, 그 여백을 건너뛰어 신문기사와 사진이 든 사각 딱지들이 배열되어 붙어 있다. 이것이 바로 수채와 유화의 성격을 지녔으면서도 모자이크로 군집된 믹스 미디어 아트인 ‘딱지미디어아트’이다. 다양성을 내포하여 메시지가 강렬하면서도 친숙한 소재인 신문에서 이를 착안한 서양화가 박윤배 작가는 정통 서양화에서 지금의 딱지미디어아트로 선회하기까지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프랑스 파리 르살롱 전 제 191회 금상, 그리고 은상을 수상하였으며 평창동계올림픽 세계미술축전 등 다양한 전시와 아트페어에 참여해 온 작가다. 

딱지표현의 소재이자 그의 조형성의 원천이 된 신문은, 소재와 특징은 물론 함의된 메시지까지 작품의 성향으로 인용되었다. 신문을 보고 정보를 얻기를 좋아했으며, 어릴 적 신문을 접어 딱지놀이를 하고 메모지와 편지지 대용으로 쓰던 기억을 떠올린 박 작가는 수채와 유화, 인물과 풍경을 그리던 전과 달리 종이접기를 시작했다. 박 작가의 종이접기가 특이한 점은 옛날 유행했던 껌종이 학 알 접기처럼, 타이틀로고와 이슈가 되는 사진이 전면에 드러나는 각도로 오브제를 만든다는 점이다. 마치 글자를 오려 내 메시지카드를 완성하는 신중함으로, 박 작가는 신문을 직접 오려 배니싱제를 발라 광을 내고 코팅해 타일처럼 만드는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한 장 한 장 그림을 완성해 나갔다. 미로와 추상화 그 어딘가에 있는 이 작품들의 테마는 눈동자, 그 중에서도 신문이라는 지혜로운 정보메신저의 속성을 흡수한 ‘세상을 보는 눈’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작품 속에 그 시대의 생활상과 유명인물, 사건들을 봉인하고 박제해 나가, 한 작품에 담긴 세상은 언젠가 찾아올 미래에 타임캡슐을 봉인 해제하듯 후손들에게 박 작가의 현재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추상화와 타일 모자이크 사이에 세상을 박제한 믹스미디어 아트, 이제 한지로 재현하다

그의 소중한 종이오브제, 딱지에는 북한의 핵실험에서 세계정세의 변화까지 실록에 버금가는 기록들이 들어 있다. 지금은 미술품이지만 100년 후 미래에는 ‘타임캡슐’일 것을 고려해, 힘들어도 딱지 표면을 강화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 박 작가는 지난해부터 딱지미디어아트를 한 단계 진화시켰다고 한다. 신문을 스캔해 ‘천년종이’라는 한지에 인쇄해서 신문의 정보력에 한지의 질긴 생명력까지 담은 것이다. 신문 나름의 운치도 있지만, 수백 년 후에도 남을 작품에 세상만사가 압축된 신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박제해, 후손들이 선명히 보고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한다. 세상을 짊어지고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지혜를 차곡차곡 접은 딱지미디어는 지난 10여 년 간 박 작가의 개인전 스토리를 이끈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리고 딱지미디어는 유명인과 우리 곁의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배치해 접고, 전체 작품에 배치해 알맞은 형상으로 맞추는 방식으로 만든다. 그리고 우리말로 딱지를 빽빽하게 메울 생각도 있었지만, 완성보다는 여백의 미를 생각해서 딱지를 붙이지 않는 빈 부분을 조형성 있고 감각적인 구도로 남기는 편을 택했다고 한다. 또 세상을 보는 관점을 표현했기에, 박 작가는 눈과 눈동자에 천착하여 작업하면서도 이를 다양한 각도와 형상을 한 얼굴로 연장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함을 역설하고 있다. 박 작가는 서울에서 강화도로 내려와 강화미술협회장을 역임하고 15년 간 살면서, 미디어 정보가 한정될 때 종종 서울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강화미술관에서 딱지미디어아트전을 여는 등 예술가로서의 삶을 이어간다고 한다. 화실과 회관을 다니며 유화로 후학양성을 계속하는 한편 프린트미디어와 아트믹스의 결과물이기도 한 이 딱지미디어아트의 아이디어를 앞으로도 펼쳐 보일 것이라는 박 작가는, 지난 20여 회의 개인전에 이어 올해 말 서울에서 연 1회 개최하는 개인전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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