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춤 속에 어우러진 삶의 자취, ‘원주매지농악’
음악과 춤 속에 어우러진 삶의 자취, ‘원주매지농악’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0.03.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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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매지농악전수관 강영구 관장
원주매지농악전수관 강영구 관장

‘농악’은 우리 민족의 삶, 생활과 맞닿아 발전해 온 대표적인 전통예술이다. 농악은 마을신이나 농사신을 위한 제사로서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기도 했고,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축원을 통해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바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또한, 흥겨운 음악과 몸짓을 통해 신명을 끌어내고 마을 공동체의 화합과 단결의 역할 또한 담당하며 우리 민족의 삶 속에서 늘 함께해왔다. 특히, 각 공동체가 스스로의 미학을 반영해 발전시켜온 농악은 마을마다, 지역마다 뚜렷한 특징을 보여 왔으며,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농악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며 보존과 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강원 영서지방만의 독특한 색체를 담다
‘원주매지농악’은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의 회촌마을에서 전승되어 왔다. 매년 음력 정월보름에 마을의 길운과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고 가정의 행복을 비는 마을제를 발판으로 발전해왔으며, 영서지역에서 유일하게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특히, 원주매지농악은 상쇠의 가락이 다양하고 마을의 화합과 안녕을 기원하는 축원농악과 두레농악이 결합된 형태로 원형이 잘 계승되어 오고 있어 보존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4년에는 원주매지농악보존회가 창립되었으며, 1999년에는 동계아시안게임 성화봉송의 축하공연으로 시연되어 큰 관심을 받았고, 이후 각종 초청공연과 수상을 거쳐 2006년 강원도무형문화재 제15-2호로 지정되었다. 강성태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원주매지농악을 전수받아 70년대 이후 줄곧 상쇠로 활동해 온 기능보유자이며, 원주매지농악전수관 강영구 관장은 3대째를 이어나가며 수십여 년째 원주매지농악을 전승하고 보급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강영구 관장은 “원주매지농악은 타 지역과는 가락, 놀이마당, 복색이 완연히 다른 영서지방 농악만의 특색을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원주매지농악은 1개 자연부락으로 구성되어 고유의 전통적인 미(美)를 잃지 않고 마을단위로 향토색 짙은 풍물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영서 이남의 전형적인 형태의 가락과 진풀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가락의 종류는 모듬굿, 길굿, 칠채, 교환굿(품앗이장단), 자진가락, 꽃나비장단, 아랫마당 윗마당, 달도 달도 밝다 영창도 밝다, 인사굿 등 상쇠의 가락이 다양하고, 36방이라는 진풀이는 전국에서도 그 연희 형태를 지속하고 있는 풍물패가 흔하지 않을 정도로 원주 지역만의 독특한 특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쇄납의 선율 또한 강원도 토속음악의 특징인 메나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원주매지농악은 매지초등학교, 육민관중학교, 영서고등학교가 전승지정학교로 되어 있으며, 회촌달맞이축제, 회촌단오축제, 회촌호미씻이축제, 대한민국 농악대축제, 회촌옥수수축제, 너나들이국제문화나눔축제, 회촌김장축제 등 다양한 지역행사와 연중 상설공연 등을 통해 일반인들과 만나고 있다.

“전통의 보존과 계승, 우리 모두의 책임감과 관심이 필요해”
원주매지농악전수관은 2010년도에 지어진 이래, 지역의 문화거점으로서 지역민들과 함께 전통문화를 보존·전승하는 곳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왔다. 특히,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지역 특산물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판매를 촉진하는 데에도 기여해왔다. 박물관 속에 박제된 문화재가 아닌, 여전히 우리네의 삶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전통문화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강영구 관장은 “농악은 어느 마을에나 있었겠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예전처럼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는 곳은 쉽사리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희 원주매지농악은 강원 영서지방의 유일한 무형문화재 지정 농악으로서 그 가치와 책임감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며, “이러한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은 그 주체가 될 인력을 양성하는 것, 그리고 운영을 이어가기 위한 재정적인 토대를 단단히 하는 것입니다”라며,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강 관장은 “과거에 비해 농악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는 높아졌지만,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보존·전승해나가려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심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하는 사람’만의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각 지방에는 저마다 다른 역사와 전통을 담아낸 소중한 유산들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이를 문화재로 지정했다 해서 역할을 다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지역의 고유한 색깔과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긴 농악을 오래도록 지켜가기 위해선 그만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며, 이는 전승자 뿐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민 모두의 공통된 몫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지난해 원주는 문화도시 선정은 많은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여기엔 원주한지, 나전칠기, 옺칠기 등 지역의 전통성을 가진 여러 분야가 저마다의 역할을 했겠지만, 저희 원주 매지농악 또한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원주의 역사와 전통을 대표하는 매지농악을 보존·계승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며, 이러한 노력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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