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것은 올바른 행동을 하는 자기 자신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올바른 행동을 하는 자기 자신입니다”
  • 임세정 기자
  • 승인 2020.03.12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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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원 주지 현각 스님
성불원 주지 현각 스님

대한민국이 시름에 빠졌다. 언제 종식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람들의 관계는 단절되었고, 경제는 얼어붙었다. 서로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작금 사태의 여파가 어디까지 커지게 될지 국민들의 불안도 높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서도 많은 이들은 ‘희망’을 바라본다. 제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누군가는 자신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판단을 내리고 행동함으로써 우리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해왔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 부처의 자비심을 전파하다
강원도 원주시의 대표적인 도심포교당 원주 ‘성불원’은 어린이와 청소년 포교를 비롯해, 재소자, 다문화 가정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며 도심포교의 모범적 선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성불원은 82년에 준비를 시작해, 85년에 건립. 올해로 35년여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도심 속에 자리해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포교활동을 펼치는 포교원임과 동시에 지역과 사회에 필요한 활동들에 앞장서 왔으며, 사회복지 법인 ‘성불복지회’를 발족시켜 13개 분야에서의 사회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이끌어 온 성불원 주지 현각 스님은 어릴 적 몸이 안 좋아 절을 다니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였고, 삶의 방향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끝에 출가를 결심, 동국대학교와 영월 보덕사 주지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스님은 보덕사에 머물 때 원주교도소에 면회를 다니며 법회를 열었고, 당시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원주교도소 교화위원과 불교지도법사로 활동하며 재소자 교화에 힘쓰고 있다. 현각 스님은 “교도소에 있는 이들은 그들의 죄로 인해 자유를 빼앗기고 억압된 상태입니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그 목적이 죄를 지은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해놓기 위함보다는, 절실한 환경 속에서 사람을 교화시키고 다시금 정상적인 사회의 구성원으로 되돌려 놓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잘못된 길에 들어선 사람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모든 종교의 본질적 의미이며, 불교의 자비심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각 스님은 재소자 교화 외에도 여러 사회복지 활동에 다양하게 참여해왔다. 지역사회 민주화운동에도 앞장섰을 뿐 아니라, 원주화상경마장 건립 반대, 4대강 반대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원주환경운동연합 고문이자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하며, 새만금 개발 반대를 위해 지리산부터 판문점까지 삼보일배를 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환경보전활동을 통해 국가사회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현각 스님은 “환경에 대한 생각이 서로 충돌하는 까닭은 ‘인간의 욕구’와 ‘환경의 보존’이라는 각각의 면만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시각을 벗어나 지구 전체를 보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행동하고 선택해야 하는지, 얼마나 절제하고,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의 이익이나 편의만을 생각해 함부로 행동한다면 그 피해는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오게 됩니다. 인간 또한 환경의 일부라는 점을 고려한 보다 현명한 시각이 필요합니다”라고 당부했다.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회, 긍정적인 생각이 가득한 사회가 되길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돌보는 일이나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앞장서 온 35년여의 세월. 옛 말에 관직을 내려놓는 나이라는 의미에서 ‘懸車(현거)’라고도 불렸던 일흔을 바라보고 있지만, 현각 스님은 여전히 자신의 해야 할 바를 찾고 있다. 현각 스님은 “스님에게는 정년이 없습니다. 나이듦으로 인해 여러 가지 업무에서 제외될 수는 있겠으나, 가야하는 길이나 해야 할 역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스님은 “제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불교적인 의미를 담고 올바르게 나아갈 때, 더 많은 이들에게 불교를 이해시킬 수 있는 틀을 세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결코 믿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것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는 것입니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타인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며, 이는 곧 선한 의지와 올바른 생각을 전파하는 가교가 되리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한 번 알고 지낸 이라면 변치 않고 끝까지 교류를 이어나가겠다는 것. 그리함으로써 지금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바를 꾸준히 해나가겠다는 것이 현각 스님의 의지다. 스님은 “불교에서는 어떤 것이든지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좋은 사람, 나쁜 사람도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좋다 여겼던 사람도 어느 순간 나쁜 일에 연류 되어 있기도 하고, 사회의 지탄을 받는 나쁜 사람도 돌연 뉘우치고 참회하며 좋은 사람이 되어갑니다. 저는 불교의 가르침이란 사람들이 스스로의 욕망이나 분노에 매몰되지 않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 잡힌 생각,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현각 스님은 “모든 종교의 본질이란 결국 고통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라 말한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사회적 약자들의 소리를 들어주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었으며, 다수의 민중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해왔던 것이 종교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현각 스님은 “사람들은 언제나 완벽한 사회를 만들어가길 꿈꾸지만, 이는 역사 어느 시대에도 찾아보기 어려우며, 실현하기 또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본다면 모든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어야만 좋은 세상인 것은 아닙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과정과 그 순간순간의 노력들이 결국 좋은 세상을 만드는 조각입니다”라고 말했다. 자신 또한 그러한 조각의 일부이며, 이와 같은 조각들이 세상 곳곳에 더욱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은 “크든 작든, 많든 적든 간에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인 생각, 선한 생각을 갖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그것을 보는 내 마음이 긍정적이라면 그래도 조금은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죽을 만큼 힘들었던 일도 지나고 보면 그 나름의 역동적인 삶의 모습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인생의 여러 굴곡을 통해 하루하루 배우고 성장하고 있음을 기억한다면, 좋은 일들은 더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과정의 소중함을 느끼고, 이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현재를 더욱 풍족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말하는 현각 스님의 말씀이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스한 희망과 용기로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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