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종TF, 레깅스 판매업체 A사와 결제대금 미지급 관련 민사소송에서 승소
(주)세종TF, 레깅스 판매업체 A사와 결제대금 미지급 관련 민사소송에서 승소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02.11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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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TF 김미혜 대표
세종TF 김미혜 대표

기업과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합리와 불평등을 제거하고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현대사회가 한 층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라고도 불리는 이 과업을 달성하고자 그간 각계의 노력이 계속되어왔으나, 현실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여전히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때로는 이러한 진실들이 한 측에 편향된 소문이나 그럴듯한 포장에 의해 곡해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호 본지에서는 최근 대형 발주사와의 소송에서 완벽한 승소를 거두며 정당한 권리와 명예를 회복한 인&아웃도어 의류제조 전문기업 ‘㈜세종TF’가 겪은 그간의 일들을 살펴보았다.

세종TF의 성장, 그리고 위기

산업의 성장은 어느 하나만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 바탕이 되어줄 기술력과 인력, 그리고 풍부한 제조업의 기반이 성장을 일궈내는 토대가 된다. 2002년 5월 설립되어 2007년 현재의 법인으로 출발한 인&아웃도어 섬유·의류 제조기업 ‘㈜세종TF’는 국내 의류산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특히, R&D 분야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해 일궈낸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신뢰받는 협력업체로 자리매김해왔으며, 리사이클 원사, 친환경 스트레치 소재 등을 개발하며 산업 선진화와 시장 창출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베트남 해외법인 및 공장인 ‘세종비나’를 설립하고 매년 30%대의 성장세를 기록, 지난 2018년에는 노스페이스의 평창동계올림픽 공식유니폼과 기념의류를 제작하기도 했을 정도로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러던 세종TF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은 2018년 5월 경, 레깅스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유명 에슬레저 의류브랜드인 A사의 결제대금 지급이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지연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2017년경부터 A사의 오더 진행을 해왔고, 2018년 1월 19일 정식 서면계약을 체결하며 상당한 물량을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해 납품하고 있던 세종TF는 A사의 계속된 대금 지급 지연 및 분할 지급에 불만을 표했으나,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않던 와중인 5월 8일,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붙인 일방적인 오더 중지를 통보받게 된다. 베트남 공장에서는 갑작스런 중지 통보에 생산라인을 일시 중단시켰으나, 막대한 손실과 원·부자재 재고를 떠안기 어려웠던 세종TF는 A사측 담당자에 해결방안을 요청했고, A사에서는 기존에 합의된 납품 단가(8,200원)가 아닌 변경된 가격(6,900원)에 맞춰야만 물건을 받겠다고 통보했고, 심각한 마이너스를 감수하기 어려웠던 세종TF에서는 이후의 결제대금 지급일 준수를 조건으로 이를 수용하게 된다. 

그러나 오히려 5월 납품 대금은 일부만 지급되고, 이후엔 대금 지급이 아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고, 세종TF는 자금경색으로 인해 회사운영에 어려움까지도 겪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에 8월 9일 세종TF의 김미혜 대표와 오정석 영업 총괄이사가 A사에 방문, 결제 지연문제 대한 조속한 해결을 요청했으나, 오히려 오더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고, 당일 오후 A사는 9월 납품분에 대해 아무런 이유 없이 물건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물건은 세종TF에서 처분하되 동종업체 판매금지 및 A사 로고 사용금지라는 조건을 단 합의서를 보내온다. 
당시 A사가 보내온 일방적인 통보와 합의서는 세종TF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자, 회사 경영의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고 한다. 세종TF에서는 이미 오더 받은 9월 납품분을 생산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의 선적을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로고는 제품에 프린트되어 부착되어 있는 상태로 제거가 불가능해 별도의 처분도 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상황에도 세종TF가 A사에 납품을 요청하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었던 까닭은 A사와 세종간의 계약관계 때문이었다. 당시 두 회사 간의 계약은 A사에서 오더를 발주하면 하도급 업체인 세종TF에서 모든 비용(원부자재비, 제작가공비, 수출운송경비 등)을 들여 생산 후 납품, A사에서는 물건을 납품 받은 후 40일 뒤에 결제를 해 주는, A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맺어져 있었다. 때문에 제품에 대한 문제제기나 일방적인 대금 지연에도 세종TF는 A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세종TF에서는 다시금 납품요청을 했으나, 차일피일 확실한 대답을 미루는 태도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결제대금을 받지 못하리라 판단, 결국 대금 결제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A사에 전달한다. 그리고 같은 날, A사측에서는 세종TF에서 자사의 디자인을 유출했다는 ‘내용증명’을 회신 받게 되었고, 이렇게 시작된 소송은 차후 수 개월여나 이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세종TF의 관계자는 “양 사 간의 불균형한 계약구조가 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A사에서는 저희에게 디자인이나 판매 저조 등의 이유를 들어 소송을 걸어 물품 대금을 주지 않고도 계속 판매 및 영업을 하고 있었고, 저희는 대금도 받지 못한 상황, 어마어마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지 모른다는 상황 속에 오랜 시간 2~3배 이상의 자금 경색 고통을 받게 되었습니다”라고 전해왔다.

기나긴 법정공방의 결과, 정당한 권리와 명예를 되찾다

결과적으로 ‘물품 대금 미지급’과 ‘디자인 유출’로 맞선 공방은 수 개월여에 걸친 기나긴 재판 과정 끝에 세종TF의 완전한 승소로 마무리 지어졌다.
당시 A사측의 주장은 자사가 제조 요청한 제품의 디자인(패턴 포함) 및 노하우에 대한 비밀을 유지할 계약상 의무가 있음에도 세종TF가 이를 위반하였고, 이를 통해 출시하려던 제품과 주요 디자인이 상당 부분 동일한 제품이 판매되어 손해를 입었으며, 이에 따라 대금 지급을 유예해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종TF의 입장은 디자인 유출로 지목된 제품의 경우 이미 몇 년 전 출시되어 판매되어왔기 때문에 디자인 유출을 논하는 자체가 모순이며, 별도 기관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다른 디자인의 제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사용 원단의 경우 A사의 독점 계약 원단이 아닌, 어느 업체나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는 원단이며, 이에 대한 원단업체 담당자와의 녹취록과 A사 제출서류에 기록된 진술이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의 형사고소에 대해 2019년 7월 10일 이뤄진 검찰의 판단은 불기소였다. 작업지시서에 기재된 내용이 디자인보호법에 적용되는 창작물로 보기 어려울 뿐더러, 제시된 제품 간 디자인적 차이가 명백히 확인돼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A사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이라고도 보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담당자간 메일 송수신 내역과 계약서 내용 등을 검토해 볼 때 세종TF의 작업지시서 유출을 명백하게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통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A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이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형사고소의 불기소 처분 이후에도 민사소송은 10월까지 3개월이나 지연되어 이어졌으며,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2019.11.18.)은 세종TF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계약상 비밀 유지의 의무가 있음은 인정하고, 이에 따른 손실이 예상될 경우 대금 지급을 유예할 수 있으나, 제출된 증거 및 증언만으로는 디자인의 유사성과 디자인 및 패턴 유출을 인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디자인 유출을 전제로 하는 A사의 손해배상 청구나 주장은 살펴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 결과 세종TF는 밀린 대금 및 그에 따른 이자는 물론, 소송비용의 95%를 A사에서 지급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기나긴 재판기간 동안 자금경색에 의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세종TF였으나, 모두와 합심한 끝에 견뎌낼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A사측에서는 “이번 문제의 발단은 디자인도용에 대한 계약위반이라는 판단에서 온 것이었으며, 계약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진 만큼, 이를 존중해 대금 지급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예정이다”라고 전해왔으며, 취재 결과 최근 이자를 포함한 결제 대금이 모두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세종TF의 승소는 이들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뿌리를 지탱해온 수많은 중소 제조업체들에게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될 것이다.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임해온 수많은 기업들이 불합리한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는 건강한 사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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