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는 역사, 인간의 ‘삶’에 대한 역사를 조명하는 역사저술가
쉽고 재미있는 역사, 인간의 ‘삶’에 대한 역사를 조명하는 역사저술가
  • 정시준 기자
  • 승인 2019.12.11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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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동중학교 민병덕 교감
용동중학교 민병덕 교감

수천 년의 역사가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대다수의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역사’란 그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암기해야 하는 과목에 불과하다. 학교에서 벗어난 성인이 되어서도 바쁜 사회생활에 시달리는 가운데 역사에 관심을 갖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역사를 등진 대신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는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이에 대해 지금껏 42권에 달하는 역사 관련 저서를 집필한 용동중학교 민병덕 교감은 역사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앞으로 되풀이될 시간의 기록이라 역설한다. 역사에 대해 깊이 알게 될수록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지, 앞으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31년 동안 용인시 용동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역사 지도를 하며 교편을 잡아 온 민병덕 교감은 역사란 우리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과거라는 신념으로 알기 쉽고 재미있는 대중적 역사서를 펴내는 데 평생을 바쳐온 인물이다. 조선시대의 여성 리더로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최고의 거상으로 거듭났던 김만덕의 삶과 그녀가 사회에 미친 영향, 당시 제주 지방의 생활사, 향토사까지 그려낸 <거상 김만덕>,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오던 혼란의 시대에 백성을 위한 나라를 꿈꾸고 설계했던 정치가 정도전의 인간적인 삶을 그려낸 <재상 정도전> 등의 인물사는 물론, 한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대표적인 먹거리 32가지를 역사적 관점에서 다룬 <밥상 위의 한국사>, 의복과 화장, 장신구 등의 꾸밀 거리에 담긴 조상들의 생활상을 새롭게 조명한 <꾸밈의 한국사>, 실패한 민란이나 군란, 쿠데타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반역의 한국사> 등 민병덕 교감이 집필한 저서들은 기존의 굵직한 사건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역사서에서 벗어나 보다 삶과 생활에 밀접한 친숙한 이야기들을 색다른 접근법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2003년 출간한 <옛날에도 일요일이 있었나요>는 우리가 지금까지 잘 몰랐던 조상들의 생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대한 의문점을 상세하게 풀이했다는 점에서 호평 받으며 중고생 필독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민 교감은 “사람들이 역사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껏 역사를 대하는 방식이 시간순으로 나열된 사건들 속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명과 지명들을 시험을 위해 암기해야 하는 형태를 띠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역사 또한 수많은 사람의 삶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고, 현대에서의 그것과 같은 삶이 단지 조금 다른 관점과 시각에서 이뤄졌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라며, “흥미와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제로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역사의 단면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종래에는 역사란 무엇인지, 역사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리라 생각합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 역사에서 미래를 보는 지혜를 얻길 바랍니다”
현재 민병덕 교감은 30년 넘게 몸담아온 교단에서의 퇴임을 앞두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일이, 학생들에게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를 알려주고, 그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무엇보다 보람되고 즐거웠기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지만, 가르쳤던 제자들이 하나둘씩 연락을 해오며 ‘그간 고생하셨다, 감사하다’ 전하는 말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다. 민 교감은 “아이들에게 격의 없이 대하는 교사,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습니다. 다행히도 어느 정도는 성과를 이룬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시간을 역사서 집필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독자들이 몰랐던 사실, 궁금했던 역사 속 이야기들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며,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줄 수 있도록 돕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미 집필이 완료된 <잘난 척 하기 딱 좋은 우리 역사>라는 책이 다가오는 2020년 1월 경 출간될 예정이며, 현재는 각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한 역사 유적이나 사건들, 이야기들을 다룬 <지하철에서 만나는 33(가제)>를 쓰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민 교감은 “흔히 사람들은 역사 중에서도 정치사, 사회사에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저는 조금 더 낮은 곳의 역사, 일반 백성들과 서민들의 생활상을 다루고자 합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일일 뿐 아니라, 인간 본연의 성질이나 국가와 개인이라는 관계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깨우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라며, “‘그 사람을 알려면 그의 부모를 보라’는 말은 우리가 부모 세대를 보고 성장하며, 부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나 행동의 방식, 갈등을 해결하는 하나의 열쇠가 되어줄 것이며, 훗날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정표가 되어 주리라 확신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하는 현대사회. 미래를 위해 과거를 써내려가고 있는 그의 펜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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