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색채와 선, 부조로 표현해 낸 도시의 색다른 풍경
강렬한 색채와 선, 부조로 표현해 낸 도시의 색다른 풍경
  • 임세정 기자
  • 승인 2019.12.11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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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작가
이준기 작가

현대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주사기 바늘 작가
미술은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품게 된 그들의 바람을 그려내고, 만들어내는 데에서부터 시작했다. 최초의 미술작품은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찬란한 문명의 발전을 거치며 보다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사용해 세계 각지에 다채로운 미술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예술가들의 도전적인 시도가 거듭된 현대사회에 이르러 더욱 다양화되었다. 현대미술에서는 회화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소재가 미술의 재료로서 활용되기도 하고, 그 도구, 창작의 방식까지도 작가의 의중을 표현하는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사기 바늘 작가로 잘 알려진 이준기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현대미술사의 새로운 기조 중 하나다.
이준기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대상은 우리가 일생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도시’라는 공간의 풍경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사람이 바로 도시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년시절을 서울에서 보냈고, 이후엔 대구로 와 지금껏 50년 이상을 머물렀다는 이준기 작가.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도시의 화려한 야경을 묘사하기 어려운 것처럼, 도시에서 일생을 보낸 그에게 있어 전원의 풍경을 그리는 일은 속이 텅 빈 껍데기를 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이에 기억을 좇아 도달한 곳이 바로 그의 예술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도시’였다.
이 작가가 바라본 도시의 풍경은 화려함과 어둠이 공존하며, 사랑과 애증이 반복되는 곳,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쾌락의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곳이었으며, 떠남과 머물기를 반복하며 절망의 꽃을 희망의 나무로 심는 너와 나,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그의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 강렬한 레드의 색체, 특히 그가 줄곧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는 ‘Erotic City’는 도시를 집어삼킬 듯 붉게 타오르는 노을을 형상화한 것이다. 도시의 빌딩 숲을 위에서 내려다본 듯 한 풍경은 붉은 저녁놀과 함께, 그 안에서 ‘성(性)’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고 살아가는 술집 여성들, 단순한 ‘性’을 넘어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현대인의 삶을 상징한다. 뉴욕과 싱가폴에서 인정받은 이준기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한 가지 톤을 이용해 심플하면서도 현대적인 감성을 표현해낸다는 점과 부조를 통해 높낮이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더 많은 이들이 절망 대신 희망을, 미움 대신 사랑을 품길 바랍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 자고, 일하는 공간, 도시. 그러면서도 서로 사랑하고 미워함을 반복하지만, 마침내는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그런 빌딩숲을 그려내고 있다는 이준기 작가의 작품 활동이 갖고 있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평범한 붓이 아닌 주사기 바늘을 통해 작업을 한다는 점이다. 그는 주사기 안에 아크릴 물감을 채워 넣고, 이를 짜내 선을 그려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손의 압력에 따라 강약의 조절과 선의 길고 짧음, 굵고 얇음이 결정되며, 이러한 선들이 모여 소통과 화합이라는 사회융합, 가정의 화목, 더 나아가서는 기업의 융합을 상징한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주사기를 누르는 손놀림은 수백, 수천 번 이상 반복되며, 손에 박힌 깊은 굳은살이 그 작업의 고됨을 잘 말해준다. 이 작가는 “제가 담아낸 빌딩숲의 풍경은 밝음과 어두움, 음과 양이 공존합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본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것은 더 많은 이들이 낭만을 꿈꾸고 희망을 품는 것입니다. 수많은 선들이 뭉치고 흩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질서와 융합, 화려한 붉은 색체가 주는 꿈꾸는 듯한 아름다움이 사람들에게 절망 대신 희망을 품을 용기를 전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2019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선물하고자 이준기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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